‘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온 ‘외국인 투자 등록 제도’가 시행 30년 만에 폐지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서 “정부는 외국인 ID 제도(투자등록제도)를 폐지하고, 외국 투자자들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 번호와 법인 식별 번호 등을 이용해 우리 자본 시장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등록제는 국내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인적 사항 등을 사전 등록하는 제도로, 지난 1992년 국내 증시가 외국인에게 개방될 때 도입됐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로, 그간 외국인들의 불만 대상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에 사는 존슨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면 한국 금융 당국에 ‘외국인 투자자 등록’을 해야 한다. 존슨씨가 부여받은 ID(투자 등록 번호)로 주식을 사고팔 경우 이 정보가 실시간으로 금융 당국에 수집된다.

반면 국내 투자자가 테슬라 등 해외 주식을 살 때는 이런 등록 절차 없이 증권사 앱 등을 통해 바로 살 수 있다. 이런 비대칭 규제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과도한 외국인 차별”이라며 등록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특히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투자 전략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한 외국인이 특정 주식의 3% 이상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취득 한도 규제가 있었다. 개인별로 한도 초과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투자등록제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1998년부터 한전과 KT 등 일부 기간산업 종목을 빼곤 외국인 취득 한도제가 폐지됐지만, 등록제는 계속 유지돼왔다.

투자등록제가 없어져도 금융 당국이 외국인 주식 거래 동향을 파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개인별 투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외국인 순매수와 순매도 등 전체 외국인 거래 정보는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만약 외국인의 시세 조종 등 불법 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단서가 포착되면, 증권사에 해당 외국인의 투자 정보를 요청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등록제가 폐지될 경우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불발된 이유 중 하나가 투자등록제 등 각종 외국인 규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