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가 추진하는 2년 유예 방안에 반대하면서 당장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투자자들도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물게 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투세가 5000만원 넘는 국내 주식 양도 차익 외에도 250만원 넘는 국내외 채권 매매 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올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채권 투자에 뛰어든 ‘채권 개미’들이 급증했는데 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세금을 낼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장외 채권 순매수액은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18조5601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작년 같은 기간의 4.2배에 달한다. 게다가 해외 채권까지 합치면 2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금투세는 과세 대상 중 국내 주식을 뺀 나머지 ‘기타 그룹’ 비과세 한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외 주식과 국내외 채권, 파생결합증권(ELS·DLS), 비상장 주식 등은 합계 수익이 250만원만 넘어도 초과분에 대해 22~27.5%(지방소득세 포함) 금투세를 내야 한다.
특히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채권 가격 저점에 사서 내년 이후 채권 값이 오르는(금리 하락) 시기에 팔아 양도 차익까지 얻으려고 나선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그동안은 채권에 투자할 때 표면 금리에 대한 이자소득세(15.4%)만 내면 됐다. 산 값과 액면 가격 차이에서 발생하는 매매 차익은 비과세였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금을 내야 한다.
게다가, 채권의 경우는 국내 주식과 달리 큰돈을 투자하는 ‘왕개미’들만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이달 말 20년 만기 국고채(국고01125-3909(19-6))에 1000만원을 투자해 금리가 하락(3.624%→1.624%)한 2년 뒤 판다고 가정하면, 약 358만원의 매매 차익이 생긴다. 기본 공제 금액인 250만원보다 많은 108만원에 대해 22% 세율로 23만7000원 정도의 금투세를 물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설 세금인데, 당초 예정됐던 시행 시기를 한 달여 남겨놓은 지금까지도 확실히 도입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가상 화폐 과세도 문제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처벌을 위한 법을 마련한 다음 가상 화폐 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가상 화폐 과세를 2년 유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래는 내년부터 250만원을 초과한 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22%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었다. 과세 유예 여부는 올해 상반기 690만명까지 늘어난 국내 가상 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유예에 반대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상금이나 복권, 심지어 뇌물 같은 불법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고 있다”며 “반드시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가상 화폐 투자 소득은 금융투자소득이 아니라 상금·뇌물 등과 함께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