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 여파로 증권사들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올해는 ‘연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증권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가 뜨겁던 지난해에는 5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형편이 달라졌다. 중소 증권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가 가장 큰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9790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1조4855억원)보다 34%나 줄어든 수치다.

이어 메리츠증권(9470억원),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포함·8644억원), 삼성증권(6954억원), 키움증권(6827억원), NH투자증권(5165억원) 순이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5곳은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올해 많게는 60% 이상 쪼그라드는 셈이다.

올 초부터 증시가 얼어붙은 여파로 주식시장의 거래액이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이 벌어들이는 중개 수수료가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예컨대 지난 11월 하루 평균 코스피 매수금액은 8조7000억원이었는데, 작년 11월(11조7000억원)보다 26%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금리도 함께 상승(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증권사 보유 채권의 가치가 줄어든 것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도 증권사에는 악재였다. 증권사는 부동산 PF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데,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ABCP 발행이 줄어들자 이 수수료가 감소한 것이다. 또 발행된 ABCP의 판매량도 줄어들며 증권사가 챙기는 판매 수수료 역시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단기자금 시장 위기가 부동산 실물시장으로 옮겨갈 경우 증권사의 내년 실적도 위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증시가 올해보다 나아진다고 가정하면 중개 수수료는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내년 부동산 실물시장이 경색되면 대형 개발사업 자체가 줄어들어 올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