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약세장 후반부에 들어왔고, 한두 차례 더 금융시장에 충격이 오면 (약세장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확한 저점을 맞춰 투자하려고 하기 보다 비관론이 확산되어 있는 지금부터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투자전략 팀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팀장은 12월 16~17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 연사로 나선다. 이 팀장은 행사 첫 날인 16일 오후 5시 ‘2023년 세 가지 파동이 겹친다: 다시 주목받는 버핏의 투자’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박람회 홈페이지(chosun-moneyexpo.co.kr)를 통해 사전 등록을 하면 선착순 강연 신청이 가능하다.
◇”버핏이 사랑하는 시장 지배력 큰 기업 주목해야”
-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나.
“약세장 후반부에 들어왔다고 본다. 저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업 실적이 하락하거나 충격이 오면 금융 시장 ‘발작’이 한두번 더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약세장이 마무리 국면으로 갈 것으로 본다. (투자 시점은) 정확한 저점을 맞추려고 하기보다 비관론이 확산됐을 때, 즉 약세장 후반부에 왔을 때 분할 매수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조정을 받을 때를 이용해서 분할 매수하기 좋은 시장이 됐다.”
-한두 차례 더 ‘발작’이 예상되면 안전자산을 늘려야 하는 것 아닐까.
“안전자산 비중을 늘릴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예·적금을 현금이라고 치면 안전자산은 국채인데, 국채가 이번에 보면 주식만큼 깨졌다. (주식 하락장에서도 강한) 안전자산이라는 의미가 그만큼 퇴색한 것이다.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단기채는 앞으로도 괜찮은 투자처다. 다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꺾여서 저금리 상태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태가 계속 가리라고 본다. 안전자산을 찾기보다는 단기채나 고(高)배당주처럼 안정적으로 따박따박 수입이 들어오는 자산을 주목해야 한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대만 반도체 회사인 TSMC에 투자했다. 반도체 경기는 살아난다고 봐야할까.
“버핏의 TSMC 투자에서 주목할 점은 두가지다. 우선 버핏의 투자 원칙이다. 지금처럼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생산 원가가 올라가면 결국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즉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들이다. 버핏은 현금 창출 능력이 있고 시장 지배력도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한다. 인플레이션과 탈(脫)세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생산 단가가 올라가다 보니 본격적으로 버핏식 투자가 효과를 보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투자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반도체 업종이다. 반도체 자체보다는 소재·산업재를 포함한 중간재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는 시점...업종·지역 다변화해야”
-내년엔 어떻게 투자 전략을 짜면 좋을까.
“기존에는 미국 성장주·빅테크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은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동안 소외되어 있던 반도체나 소재·산업재에 투자하는 펀드를 주목해야 한다. 투자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제 미국 뿐만 아니라 신흥국 쪽으로도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제 미국 홀로 앞서가는 흐름은 아닐 것 같다. 공급망 재편 속에서 앞으로 어디가 좋은 업종이고 전망이 좋은 국가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변화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는 앞으로 주식시장 이끌어 갈 수 있는 동력은 정부 주도의 B2B(기업 간) 투자가 될 것이다. 정부 주도의 B2B 투자가 붐을 이룰 것이라고 보는데 역시 소재·산업, 반도체 업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 공급망 재편이 주식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나.
“굴삭기 판매가 잘돼서 최근 굴삭기 주가가 좋았다. 최근 두달여간 관련주 주가가 10% 내외로 올랐다. 판매가 어디에서 잘됐냐면 인도와 같은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안보협의체) 동맹국가들이다. 중국 이외의 지역이다. 쿼드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고, 생산 시설이 (중국에서) 이쪽으로 옮겨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보면 극단적인 비효율, 명백한 중복 투자다. 그 동안 비교 우위에 있는 것만 생산하던 시대였지만, 비교 우위라는 경제 원칙이 정치적 논리 때문에 무너지는 중이다. 중국의 생산 시설을 다시 이용할 수는 없게 됐다는 뜻이다. 극단적 비효율은 분명히 언젠가 금융시장 경제에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하지만 그건 4~5년뒤 일이다. 당장은 중복 투자라는 것 자체가 엄청난 투자 수요를 일으키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 내년에 코스피가 다시 3000을 돌파할 수 있을까.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2610포인트로 예상한다. (코스피 3000은) 기업 실적도 좋아야겠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추세적으로 약세가 나와야 한다.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지만 가능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주가가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지난 달 추천 업종으로 소프트웨어를 뽑기는 했다. 다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추천한 것이다. 밸류에이션(valuation·시장이 평가하는 기업 가치)이 낮아졌고 더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 업종이 과거처럼 다시 주도주(株)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분위기도 비슷할 것으로 본다.”
[알립니다]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사전 신청하세요
12월 16~17일 이틀간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재테크 행사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사전 등록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엔 증시·부동산·세금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총 20개 세미나를 통해 2023년 투자 전략에 대해 강연한다. 재테크 박람회 홈페이지(www.chosun-moneyexpo.co.kr)에서 사전 등록을 하면 강연 참가, 1대1 PB·세무사 상담, 전시회장 입장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다. 현장 등록은 입장료(5000원)를 내야 한다.
문의는 재테크박람회 운영사무국(1855-3568, money@chosun.com)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