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전력공사가 연 4.8% 금리에 총 44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 8일에만 해도 한전채 발행 금리는 연 6% 턱밑인 5.99%까지 치솟았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금리가 1.2%포인트 가까이 내려가며 국내 자금 시장이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한전은 2년 만기 3600억원, 3년 만기 80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2년 물에는 1조7000억원, 3년 물에는 7800억원의 자금이 몰려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고, 금리는 4.8%에 결정됐다. 지난 9월 이후 처음으로 4%대 금리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이다. 9월 말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살얼음판을 걷던 자금시장이 당국의 각종 대책 이후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뿐만 아니라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장학재단 등 주요 공사들도 최근 채권평가사들이 책정한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박상도 한국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상무는 “한은 총재가 최근 연 3.5% 안팎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하면서, 채권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했다.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인 기업어음(CP) 금리도 상승세를 멈췄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P(91일물) 금리는 직전 거래일과 같은 연 5.54%를 기록했다. 9월 22일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 상승하던 CP금리는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5.54%에 멈춰섰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가 국고채에서 공사채, 우량등급 회사채, 은행계열 여전채 순서로 안정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심각했던 CP 금리도 고점에 달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