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남해축산농협 사과문 /남해축산농협

“남해군 어르신들의 피땀 흘려 만든 농협을 살리고자 염치없이 안내를 드립니다.”

한 지역 상호금융기관이 10%대 정기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돈이 몰리자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직원의 클릭 실수 한 번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남해축산농협은 지난 1일 오전 최고 연 10.35% 금리를 적용하는 NH여행 정기적금(12개월 이상~24개월 미만)과 10.10% 정기적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다. 한도는 없었고 선납이연도 가능했다. 이 소식은 네이버 재테크 카페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고금리 특판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원래 한도였던 10억원을 넘어섰다. 한 명이 3~4개씩 계좌를 개설하는 일도 있었다. 이 농협은 당일 오전 9시쯤 사태를 파악하고 해당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했다.

사실 이 모든 일은 직원의 클릭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해축산농협 측에 따르면 두 정기적금 상품은 원래 지역 고객들을 상대로 대면 판매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상품 등록 과정에서 ‘비대면 미취급’이란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결국 이 상품 가입이 온라인을 통해 열렸다는 것이다. 남해축산농협 A전무는 조선닷컴에 “여기가 시골이다 보니까 약 50명 정도 고객에게 대면 판매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5800건가량 계좌가 개설됐다”고 했다.

결국 목표보다 100배 많은 1000억원 이상의 예수금이 몰렸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만기일이 되면 100억원대 이자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만기가 됐을 때 그만한 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현재 상태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9억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진상을 파악한 남해축산농협 측은 지난 6일 오후부터 가입 고객들에게 해지 요청 문자를 보내고 있다.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해 경영 어려움에 봉착했다” “남해 축산농협을 살리고자 염치 없이 문자를 보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적금 가입 해지는 남해축산농협 측이 강제할 수는 없다. 이런 호소문에 재테크 카페 회원들은 “남해축산농협에서 연락받았다. 가입을 해지하려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시골 지역 농협 파산시 농업인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10%대 금리라 기뻐했는데 너무 우울하다” “좋다 말았다” “로드뷰로 규모라도 확인할 걸 그랬다 후회된다” 등 아쉽고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남해축산농협 측은 7일 오후 5시 기준 1200건 정도를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60억원가량의 금액이다. A전무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출자한 축산업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10% 적금 해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말했다.

지역 농협이 파산하면 상호금융 예금자 보호기금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장이 가능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