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테슬라의 주가가 최근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식지 않을 것 같던 테슬라에 대한 사랑과 믿음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20~2021년 폭발적인 주가 상승으로 서학 개미 열풍을 이끈 ‘대표 기술주’ 테슬라의 위상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장중 6.5%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장중 5000억달러(약 648조원) 아래로 무너졌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은 미국 증시 전체가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둔화에 힘입어 반등했고, 나스닥 지수도 1% 넘게 올랐다. 그러나 테슬라는 종가 기준 4% 하락하며 ‘나 홀로 하락세’를 보였다. 9월 말 이후 미국 S&P500 지수는 12% 상승했지만, 테슬라는 40% 하락했다. 미국 증시가 저가 매수세 등에 힘입어 다소 반등하는 것과는 반대로 줄곧 떨어지는 모습이다.
◇흔들리는 ‘테슬람’… 올 들어 보유 금액 반 토막
이슬람 신자들처럼 믿음이 깊다며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으로 불릴 정도로 주가 반등을 확신하고 매수하던 서학 개미들도 동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 서학 개미의 테슬라 보유 금액은 약 174억달러(약 23조원)였는데, 12일엔 이 금액이 92억달러(약 12조원)로 50% 가까이 떨어졌다. 대부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평가 가치 감소다. 테슬라는 여전히 보유 금액 기준 1위 종목이긴 하다. 그러나 2위인 애플의 보유금 감소 폭이 11%에 그친 것과 비교할 때, 테슬라의 감소 폭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각종 주식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최근 테슬라 전량 매도했다” “팔아서 다행이다” 등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테슬라의 최근 주가 하락은 지난 10월 일론 머스크 CEO가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를 인수한 후, 그가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전후한 8~11월 테슬라 주식을 14조원어치나 매각하며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또 트위터 소유주가 된 뒤로 소셜미디어 정치 지형이 좌편향됐다며 영구 정지 상태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을 복원하는가 하면,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 하루 전엔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CEO의 논란성 행보에 회사 주가가 흔들린 것이다. 또 최근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도 주가 하락 폭을 키웠다.
◇“저점 매수 타이밍” vs “여전히 비싸”
테슬라 주가는 저점을 찍은 것일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더 멀다”고 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테슬라 주가가 반 토막 났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이 32배로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보다 높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이 가능하려면 테슬라가 현재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쉽게 늘릴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 중국 내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이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감축이 시작된 만큼, 현 시점에서는 내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나온다”고 했다.
반면, 지금이 ‘저점 매수’에 나설 시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트위터 인수 등 단기 악재로 떨어진 상태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경기가 호전되면 전기차 수요의 회복과 함께 테슬라 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 침체가 온다고 해도 그 정도가 얕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현재 가격에서 매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테슬라를 대체할 내년 추천 주로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을 꼽기도 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도 ‘톱픽(Top pick·우선 추천 주)’으로 아마존을 꼽으며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내년에 반등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시티은행도 “경제가 고도로 불확실한 시기에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마존의 시장 지위를 공고화할 것”이라며 아마존을 내년도 추천 종목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