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금리를 사실상 인상한 여파로, 일본 증시가 급락하며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경기 회복을 위해 초(超)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왔는데, 이 기조가 흔들리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장이 움츠러든 것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지하되, 변동 폭을 기존 ‘±0.25% 정도’에서 ‘±0.5% 정도’로 확대해 이날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장기 금리가 기존 변동 폭 상한선(0.25%)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어 이 조치는 사실상 금리 인상에 해당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보도했다. 단기 금리는 기존의 마이너스 금리(-0.1%)로 동결했다. 최근 기록적 엔저(엔화 가치 약세)로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 경제가 타격을 받자 이에 대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사실상 금리 상승 소식에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는 이날 2.5%가량 떨어져 2만6568.03포인트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 10월 이후 2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장중엔 3% 넘게 하락했다. 올해 들어 일본 증시는 초저금리 효과 덕분에 경기 침체 우려에도 연초 대비 8% 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미국 S&P500(-2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6%), 한국 코스피(-22%) 등 다른 주요국보다 선방한 것이다. 그런데 이날 장기 금리 변동 폭 확대가 실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돈을 뺀 것이다.
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전 1시(한국 시각 오후 3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69엔을 기록, 전날보다 3%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일본 금리 상승 전망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국과 금리 차가 줄어들고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