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 가게에서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뉴스1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지난 1년간 카드론 이용 잔액이 1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전체 대출 잔액은 8.8% 감소했다. 신용 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이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되면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대출 절벽’ 현상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25일 오태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대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3770만원(지난 9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364만원(8.8%) 줄었다.

대출 종류별로 볼 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154만원(7.8%), 신용대출 잔액은 35만원(6%) 감소했으나, 카드론 잔액이 20만원(13.3%) 늘어났다. 소득 5분위(상위 20%)에서 카드론 잔액이 14만원(7%)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오 연구위원은 “카드론은 별도의 신용 심사가 없는 대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소득층의 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저소득층의 신용 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금융회사들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서 생긴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고소득층의 경우 평균 대출 잔액은 1억52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76만원(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담대 잔액은 평균 138만원(2.1%)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199만원(5%) 감소했다. 반면 상하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소득층의 경우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평균 대출 잔액이 1년 전보다 모두 3.2~4.9% 늘어났다. 오 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이 신용 대출을 갚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덜어낸 반면, 중간 소득층은 그렇게 하지 못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