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 지수를 모니터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44.05포인트(1.93%) 내린 2,236.40에 거래를 마쳤다./연합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아무도 예상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예측 불허의 변수들로 출렁인 올해 주식시장을 마감하면서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32페이지짜리 장문의 반성문을 내놨다.

29일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김학균 센터장과 9명의 연구원 이름으로 ‘2022년 나의 실수’라는 제목의 반성 리포트를 발간했다. 김 센터장은 반성문을 낸 이유에 대해 “때로는 맞히고, 때로는 틀리는 게 애널리스트의 일이지만, 지나간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앞으로의 전망을 잘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연준을 잘못봤다”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들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작년 12월 15일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0.75~1% 정도로 예측했다”면서 금리 인상이 이렇게 급격할 줄 몰랐다고 했다. 연준의 실제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3월(0.25%포인트 인상)을 제외하고 빅스텝(0.5%포인트 인상) 두 번,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은 연속 네 번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4.25~4.5%까지 끌어올렸다.

둘째 실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꼽았다. 셋째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억제뿐만 아니라 금융 안정도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점이라고 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과잉 부채를 경험하게 된 만큼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뿐 아니라 금융 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으로 봤다”고 했다.

◇해외 유명 애널리스트들도 줄줄이 ‘헛발질’

올해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 행진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는 작년 7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transitory) 것”이라고 했고, 작년 말에도 “2022년 말 물가상승률은 2% 정도일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1%로 집계됐다. 김 센터장은 “작년 11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6.8%로 높아져 있었고, 물가 상승이 또 다른 물가 상승을 부르는 인플레이션의 속성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유명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줄줄이 큰 곤욕을 치렀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르코 콜라노빅 JP모건 수석전략가다. JP모건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금융회사로, 콜라노빅은 JP모건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올 연말 S&P500 지수가 505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했었다. 현재 S&P500 지수는 이보다 25% 낮다.

또 다른 유명 애널리스트인 존 스톨츠푸스 오펜하이머 수석투자전략가도 연말 S&P500 지수 전망치를 5300포인트까지 높여 잡았다가 입장을 바꿨다. 두 사람 모두 지금은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콜라노빅이 예측하는 내년 말 S&P500 전망치는 4200포인트, 스톨츠푸스는 4400포인트다. 블룸버그통신은 29일 “월가의 대표적인 ‘빅네임’들이 올해 기록적 인플레이션이 시장을 어떻게 뒤집을지 인식하지 못해 잔인한 심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내년 코스피 2100~2600 예상

올해의 학습효과 때문일까. 전문가 중 내년 시장을 장밋빛으로 내다보는 용감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잘해야 2600포인트 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보다 10%대 상승하는 수준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돼 있기 때문에 21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상승 동력이 좀 더 세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헛스윙이 분명히 또 나올 것”이라며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정례 작업으로 반성문을 낼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