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전경.

올해 증시 개장 첫날인 2일 한국전력의 주가가 10% 넘게 폭락했다. 정부가 새해부터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지만, 작년 30조원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실적을 흑자로 전환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2% 급락한 1만9350원에 마감했다. 하락률 기준으로 2008년 10월 23일(-11.4%) 이후 약 14년2개월여 만의 최대 낙폭이다. 대표적인 경기 방어주(주가가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종목)인 한전의 주가가 하루에 이만큼 하락한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코스피가 25% 가까이 하락한 작년 한 해 동안에도 한전 주가는 연간 1.4% 정도 내리는 데 그쳤다. 그런데 새해 개장 첫날 그보다 8배나 큰 폭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폭이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인상 폭은 산업부가 주장한 인상 폭의 4분의 1 수준이고, 주식 시장 기대치에도 하회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올해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됐지만, 당초 산업부는 한전이 흑자 전환하기 위해선 kWh 당 51.6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증권사들의 인상 폭 전망치 평균도 kWh당 29원 정도였다. 나 연구원은 “어느 누구도 만족 못 하는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시장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이라 단기적인 주가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했고, 정혜정 KB증권 연구원도 “한전 실적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올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선 한전이 올해 안에 ‘적자 경영’을 탈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이 연중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전기 판매 단가 상승률은 2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역대 최고 상승률인 지난해 11.6%의 2배”라고 했다. 그는 “계통한계가격(SMP·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일 때 기준 가격) 등 원가 지표 역시 올해 1분기부터 개선될 전망”이라며 “3분기에는 흑자 전환도 가시권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