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에 ‘어닝 쇼크(실적 저하 충격)’를 주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기존 예상의 반 토막이 날 정도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값 급등,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소득 감소로 소비가 줄어 경제 전반에 침체 그늘이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8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 평균)가 있는 상장 기업 202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7조5267억원으로 집계됐다. 6개월 전 전망치(50조6071억원)와 비교하면 46%가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매출액 전망은 572조원으로 집계돼 6개월 전(577조원)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는 있지만, 원자재 비용 등이 늘어 이익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출은 유지하지만, 이익은 급락

기업 수익성 둔화의 최대 요인은 작년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원자재 가격 폭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유와 곡물을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과 운임·인건비 등이 동반 상승해 기업들의 비용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매출액이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은 비용 증가 때문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파는 상품 가격도 일부 상승했지만, 비용 상승의 속도와 폭이 훨씬 빠르고 컸다”고 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국내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작년 11월 118.1로, 3개월 전(123.0)보다 약 4% 떨어졌다.

또 작년 9~10월 달러당 1400원 이상으로 치솟은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온 것도 수출 위주 기업들엔 악재였다. 해외에서 번 달러화의 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4분기 실적이 나온 삼성·LG전자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장 기업 중에선 가구업체 한샘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6개월 전 261억원에서 현재 38억원으로 85%나 폭락했다. 원자재 값 상승 악재에 더해,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타격받자 가구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다음은 작년 말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량에 큰 타격을 받은 현대제철(-70%), 삼성전자 협력사인 카메라 모듈 기업 엠씨넥스(-69%) 순이었다.

◇네이버, 카카오 등도 전망치 급락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 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영업이익 71% 감소)를 제외하면 영업이익 전망치가 가장 급격하게 줄어든 기업은 카카오(-46%)였다. 지난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영업 차질 등의 여파로 2409억원에서 1304억원으로 추락했다. 그다음은 LG화학(-20%), 네이버(-19%) 순이었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개월 전 영업이익 전망치가 1731억원이었다가 현재 2630억원으로 52% 올랐다. 의약품 위탁 생산 수주량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같이 작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SK하이닉스는 6개월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1385억원에서 -7663억원으로 적자로 바뀌었다.

백 센터장은 “작년 각종 비용 상승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면, 올 1~2분기부터는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상품과 서비스 매출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