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사진은 호치민 시내 빌딩들. /위키피디아

최근 신흥국 펀드 가운데 중국에 이어 베트남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 완화 이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돈이 몰리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와 코로나 확산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에게 ‘중국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베트남 펀드에 총 131억원이 몰렸다. 신흥국 펀드 중에서 중국(652억원)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반면 인도(-178억원), 브라질(-33억원) 등 다른 신흥국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베트남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2.9%)도 중국(-0.4%)보다 낮지만, 인도(-9.7%)·브라질(-16%)·러시아(-11.1%) 등 다른 신흥국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에 분산 투자하는 것으로 금투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이 최신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면서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은 기술 패권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 확산세도 중국으로의 ‘몰빵’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변수다.

실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 리스크를 피해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 중이다. 애플은 작년 아이패드 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며, 오는 5월부터는 맥북도 베트남에서 일부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올해 자체 스마트폰인 ‘픽셀폰’ 시리즈의 생산 물량 절반을 베트남에서 제조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6.2%로 예측했다.

아무리 좋은 투자처라도 과열되면 경계해야 하지만, 베트남은 아직 저평가받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베트남 주가지수인 VN지수는 최근 두 달간 약 10% 상승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작년 연초 대비로는 아직도 30%가량 떨어진 상태다. 반면 베트남과 함께 ‘포스트(post) 차이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인도는 이미 투자자가 몰려 SENSEX지수가 작년 연초 수준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신흥국 중 인도가 돋보였다면, 올해의 주인공은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올해 중국 리오프닝으로 중화권 증시가 호황을 이룰 경우, 대체 시장 성격인 베트남이 중국의 그늘에 가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결국 ‘중국 리오프닝’ 요인과 ‘차이나 리스크’ 요인의 샅바 싸움”이라며 “후자가 강조될수록 투자처로서 베트남의 매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