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테슬라 주가가 65% 넘게 폭락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매수하던 서학개미(미국 주식을 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 오르기 시작하자 반대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ETF’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계속된 ‘테슬라 앓이’에 지쳐 마음을 바꿔먹은 개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주가를 반대로 추종하는 ‘AXS 테슬라 베어 데일리 ETF’를 매수한 금액은 약 660억원으로 전체 미국 종목 가운데 12위였다. 이 테슬라 인버스 ETF의 지난달 전체 매수금액은 400억원(31위)였다. 한달 새 두 배 정도 많은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상품은 작년 7월 상장했는데 상장 이후 현재까지 총 매수액은 2100억원 정도로, 그 3분의 1 정도가 올 들어 집중된 셈이다.
◇테슬라 인버스 ETF 매수세, 지난달의 두 배
올해 테슬라 매수금액은 1조500억원 가량으로, 아직도 미국 종목 중 압도적인 1등이다. 인버스 ETF 매수금액은 그 6%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지난달 이 비율이 약 2%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점점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작년 미국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가운세서도 낙폭이 특히 컸다. 작년 초 352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작년말 123달러로 마감, 65% 이상 떨어졌다. 2020~2021년 수직 상승하는 테슬라 주가에 웃으며 올라탄 개미들이 작년 내내 울었다. 작년 10월 일론 머스크 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그가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주가 추락은 더 가팔라졌다.
반면, 올 들어 테슬라 주가는 오르고 있다. 지난 3일 108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보름 만에 19% 상승했다. 테슬라가 미국과 중국 등 지역에서 전기차 가격을 대폭 인하하며 차량 판매량이 증가한 여파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테슬라 인버스 ETF 매수금액이 많아지는 건, ‘이번 주가 상승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테슬람의 ‘믿음’ 약해져…소폭 상승에도 좌불안석”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작년과 작년 테슬라의 성장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이며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서학개미들이. 최근 소폭의 상승에도 벌써부터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면서 주가 방향과 반대로 투자하는 ‘딴 마음’도 먹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매도금액까지 고려하면 테슬라 인버스 ETF는 올 들어 6억원 정도 순매도 상태다. 단타성 인버스라 매수하는 만큼 매도도 많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매수금액은 물론 순매수 금액(3500억원)까지 압도적 1위인 것과 대조적이다. 테슬라는 총 보유금액(약 9조원)에서도 선두로, 2등 애플(5조3000억원)을 크게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