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은 이맘때면 국세청 홈택스에 접속해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 해 지출 내용을 확인하고 자료를 내려받아 사내 연말정산 시스템에 올리거나 담당자에게 내야 한다. 연말정산 때마다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비슷한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어도 누구는 많이 돌려받고 누구는 적게 받으며 오히려 세금을 추징당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연말정산을 신경 쓰지 않고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급여일에 최종 세금이 많이 나오면 정부 탓만 하는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 연말정산에 대비해 미리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적으로 지출한 효과는 분명히 있다.

올해 세법이 개정돼 노후 대비를 위해 법에서 정한 연금 계좌에 일정 금액을 넣을 경우 근로자는 연말정산, 개인 사업자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혜택이 더욱 커지게 바뀌었다. 재테크와 세(稅)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놓치지 말고 지금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연금계좌 세액공제 연 200만원 추가

연금저축은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계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국민의 노후 대비를 목적으로 가입을 유도하고자 가입 당시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적 절세 상품이다. 연금저축은 연령 제한이 없어서 누구나 쉽게 가입해 연금을 준비할 수 있다.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와 미성년자도 가입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그래픽=김성규

매달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공시 이율로 운영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원한다면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고, 자유롭게 납입하기를 원하고 투자 방식을 직접 선택해 위험이 있더라도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올해부터 연금저축은 연 6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종전 400만원 한도에서 200만원이 늘어나게 개정됐다. 게다가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불입액을 합산하면 연간 최고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에 600만원을 납입했다면, IRP에 300만원을 더 납입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연말정산 환급액은 개인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자는 총급여액이 5500만원 이하면 16.5%, 5500만원을 초과하면 13.2%를 세액공제받는다. 연금저축에만 납입할 경우 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99만원이다. 퇴직연금 계좌와 합산한다면 148만5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연금 개시 연령 높을수록 저율 과세

연금저축은 최소 5년 가입 기간을 유지해야 한다. 또 만 55세 이후 최소 10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해야 한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비교적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 55세부터 70세 사이에 수령하면 5.5%, 70세부터 80세 사이에 수령하면 4.4%, 80세를 넘어서 수령하면 3.3%로 저율 과세가 된다.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로 연금 계좌에서 인출하는 경우도 위와 같이 나이에 따라 5.5~3.3% 저율 분리 과세한다. 부득이한 사유란 가입자의 사망이나 해외 이주,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이 질병·부상에 따라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경우, 가입자의 파산선고 등이다. 이러한 부득이한 해당 사유가 확인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그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어 금융회사에 신청해야 인출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연금 수령 시 연금 소득이 연간 12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과세가 돼 연금 수령 기간 중 다른 소득이 있다면 세금 부담이 높아질 수 있어 매우 불리했다. 그러나 올해 개정 세법에 따르면 연간 연금 소득이 1200만원이 넘더라도 종합과세가 아닌 16.5% 분리과세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은퇴 이후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합산되지 않는다. 결국 세금 부담이 낮아져서 연금저축이 더욱 유리하게 변경됐다.

◇중도 해지할 경우 세제 혜택 반납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 임의로 중도 해지하거나 연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에 수령한다면 불입 당시에 세액공제받았던 납입 원금과 운용 수익 전체에 대해 16.5% 세금을 문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납입 원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리해서 연금저축을 넣다가 해지하면 세액공제받은 금액 상당액을 그대로 토해내거나 오히려 받았던 세금 혜택보다 더 추징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단순히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오로지 세액공제 목적으로만 연금저축 또는 개인형 IRP에 가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해당 상품을 계속 유지해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어야 진정한 절세가 될 수 있다.

연금 계좌는 목돈이 묶이는 만큼 길게 보고 오래 유지해서 연금으로 수령해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매월 수익 중에 각종 고정 지출과 저축 가능한 금액을 확인하여 본인의 자금 상황에 맞춰 내는 게 좋다. 당장 절세도 중요하지만 은퇴 이후 연금 수령에 더 비중을 두고 가입하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