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올해 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 목표치를 작년보다 높게 잡을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최근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자칫 금리가 높을 때 고정금리로 대출받았다가 나중에 금리가 떨어지면 변동금리보다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도 선뜻 고정금리 대출을 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4월 각 은행에 ‘고정금리 목표치’를 제시합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일정 비율만큼은 고정 금리로 대출하라고 은행들에게 행정지도를 하는 방식이죠. 변동금리 대출은 시중 금리가 갑자기 오르게 되면 늘어난 원리금 부담을 대출자가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계 부채의 위험 관리 차원에서 고정금리 비율을 늘리라고 권고해온 것입니다. 금감원은 고정금리 목표치를 2018년 47.5%, 2019년 48%, 2020년 50%, 2021년 50%, 2022년 52%로 지속적으로 높여 왔습니다. 지난 5년간 고정금리 목표치가 전년과 동일한 해는 2021년이 유일했죠.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향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져 목표치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4월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시중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26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기준)는 연 4.54~6.96%로, 20일 전이었던 지난 6일(연 5.08∼8.11%)과 비교하면 상단 기준으로 1%포인트 넘게 떨어졌습니다.

당국이 목표치 제시가 고정금리 비중을 늘리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고 사항’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 목표치를 지키지 않아도 은행들이 큰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30~35%를 오가던 고정대출 비율은 2021년부터 계속 떨어져 작년 9월에는 21.5%까지 낮아졌습니다. 작년 목표치 52%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죠. 한 금융권 관계자는 “큰 불이익이 없는 규제를 지키기 위해 고정금리를 무리해서 늘릴 은행은 없을 것”이라며 “금융 당국이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잡아 놓고 실효성도 없는 대책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