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에 발생한 영업손실만 9000억원에 육박했다. ‘역대급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날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후 주가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실적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상태에서 실적 발표 이후에는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가 반등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인 이른 아침,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조850억원으로, 증권사들이 예상한 것보다 적자 폭이 더 컸다. 연간 손실이 2조원대에 이른 것은 LG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처음이다. 회사는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진행된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 여파가 고부가가치(하이엔드) 제품군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품 판매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LCD 패널 모습./LG디스플레이 제공

예상보다 실적이 더 악화됐다는 소식에 개장 직후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전날 2.6% 넘게 오르면서 1만3590원에 거래를 마쳤던 LG디스플레이는 이날 1만35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1만3310원대로 밀렸다. 그런데 이내 주가가 상승세로 전환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이 커지면서 주가는 전날보다 4.3% 오른 1만4180원에 마감했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부진은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회사는 “실수요가 언제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후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회사가 강도 높은 비용 감축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선제적으로 재고를 축소한 상태라 수요가 회복되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사업 구조를 ‘수주형 중심’으로 고도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며 “2분기부터 매출이 확대되고 적자폭이 줄어들면 하반기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다만 증권사들의 전망은 다소 어둡다. 삼성증권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기존 1만5500원에서 1만4400원으로 낮추면서 “IT LCD 수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고 대형 OLED TV 수요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증권사별 실적 전망치 차이가 커 컨센서스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며 “회사가 ‘계속기업’으로써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을 심어줘 이 편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연구원은 “지금 LG디스플레이의 과제는 단순한 실적 개선보다 성공적인 LCD 사업조정, 과도한 재고 건전화, 재무구조 안정화 등 올해를 안전하게 보내야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사례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301조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43조원에 그쳤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년 만에 처음 4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역대급 어닝쇼크로 평가됐지만,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1.4% 상승 마감했다. 또 주가 상승세는 하루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지면서 당시 5만9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6만4000원대로 상승했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마찬가지였다.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더 많이 악화돼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2% 줄었지만,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