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 부진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낸 보험사와 카드사들이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씩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직원들에게 연봉의 47%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DB손해보험도 연봉의 41%를 지급했고, 삼성생명은 연봉의 23%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KB손해보험은 직원들에게 매달 주는 상여금의 550%를 성과급으로 주기로 했다. 현대해상은 연봉의 30%가량, 메리츠화재는 연봉의 40% 내외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대형 보험사의 차장급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기 때문에 성과급으로 5000만원 넘게 받는 직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고, 신한카드·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지난해보다 많은 성과급을 뿌릴 전망이다.
보험사와 카드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3% 늘어난 4조817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자동차 사고가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졌고 실손보험 손해율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도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났는데도 지난해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2조2787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와 카드사까지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것에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금융회사의 고객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와 카드사는 고객들의 혜택을 줄이는 비용 절감으로 실적을 개선한 부분도 있어, 고객들의 반발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1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를 겨냥해 “성과급 지급으로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며 금융권의 지나친 성과급 지급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