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창업주의 거취를 둘러싸고 벌어진 SM엔터테인먼트 사태를 촉발하는 등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전에도 자산운용사 등이 기업의 지배구조나 경영 방식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과거와 달라진 가장 큰 차이점은 외국계 유명 사모펀드 출신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출신 이창환(37)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어피니티와 칼라일그룹 출신인 이상현(50)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 등이 꼽힌다.

자본 시장에서는 이들의 등장으로 앞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까지 국내 주주 행동주의는 ‘주주 서한’을 보내 문제를 지적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약점이 있는 기업을 확실히 잡아 공격적으로 여론전을 펼치면서 원하는 바를 물고 늘어지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방식이 전면에 등장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사모펀드 출신들이 전면에 나서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3월부터 “SM이 최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어 이익을 빼돌리는 것(터널링)이 부적절하다”고 공개 저격했다. 그리고 작년 말 계약 종료를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사외이사 비율 확대 등 SM의 지배구조 전반을 대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여기에 반발한 이 전 총괄이 자신의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면서 SM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올 초에는 국내 7대 금융지주사에 “주주 배당 비율을 확대하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고, 이후 지주사들은 실제 주주 환원책을 각각 발표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국내 대표적 담배·인삼 업체인 KT&G를 타깃으로 삼았다. KT&G의 100%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의 분리 상장을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 대표는 “담배와 인삼은 완전히 다른 사업 영역인 만큼, 회사를 인적분할시켜 전문가들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지주와 무관한 독립계 펀드

사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기한 이수만 전 SM 총괄의 터널링 문제는 2019년부터 KB자산운용 등이 줄기차게 지적해 왔던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실패했지만 얼라인은 성공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얼라인이 KB 같은 대기업 계열 운용사가 아닌 독립계 펀드라는 점을 든다. KB금융지주 산하 은행이나 증권 등 여타 계열사와 SM의 비즈니스 관계에 눈치 볼 일이 없어 다른 주주들을 모아 껄끄러운 문제들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점은 폐쇄형과 개방형 펀드에서 오는 구조적 차이다. 펀드 자금 입출금이 자유로운 일반 개방형 펀드의 경우, 중도에 펀드 수익률이 대폭 마이너스가 나면 대규모 자금 인출을 겪기 마련이다. 투자금이 빠지면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그러나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대개 5년 폐쇄형으로 펀드를 꾸리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 얼라인의 은행주 펀드나 플래쉬의 KT&G 펀드도 5년 폐쇄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다만 펀드 성과를 높이는 게 목적인 이들의 활동이 회사의 중장기적 발전보다는 단기적 이익 극대화에 맞춰졌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 확대가 은행 주주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높은 배당률을 유지하려면 ‘이자 장사’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금융소비자와 이해 충돌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KT&G-인삼공사 분리 요구에 대해서도 이 연구위원은 “분리상장도 ‘하나의 새로운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배주주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역할은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지분율이 1% 안팎으로 작은 그들의 요구대로만 따르는 것도 또 다른 리스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