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덕에 손쉽게 벌어들인 이자 수입으로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는 은행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하나둘 은행주를 떠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외국인들의 순매도세가 뚜렷해졌다.
올 들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가 주요 금융사들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주요 금융사들이 이에 호응하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으면서 급등했던 은행주가 ‘정책 리스크’라는 악재를 만난 것이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1.19%), 우리금융지주(-0.57%), 신한지주(-0.39%) 등이 약세를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만 소폭 상승(0.23%) 마감했다.
올해 1월 한 달간 이들 금융주는 평균 15% 급등하며 주요 업종 중 상승률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당국의 “배당 자제” 등 메시지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26일부터 주가가 일제히 흘러내리기 시작해 16일까지 15거래일 사이 KB·신한·하나·우리 4대 지주 주가가 평균 14.2% 꺾였다.
윤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이 나온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외국인들은 KB금융을 10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는 등 4대 지주를 193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라고 천명한 이후, 금융 당국이 사외이사 평가체계와 경영승계 표준안 등을 마련하고 은행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해 주주환원정책과 성과급에도 관여하겠다고 예고했다”며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가뜩이나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오는 등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국면인데, 당국의 ‘돈 잔치’ 불호령에 은행 마진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초 이후 16일까지 이들 종목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은 KB(73.2%→74.1%), 하나(70.1%→71.8%), 신한(62.3%→63.6%) 우리(39.7%→40.7%) 등 약 1%포인트씩 늘어났지만, 외국인들이 최근 ‘팔자’로 돌아서면서 지분율도 떨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