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카지노주와 함께 ‘죄악주’로 분류됐던 방위산업 관련 기업들이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큰 환대를 받았다.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만 등 대표적 방산 기업들은 몰려든 투자자들 덕분에 작년 한 해 40% 가까운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1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 방산 기업들은 올해 2차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2),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천무 등 이른바 ‘가성비’ 무기 주문이 세계 각지에서 밀려들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1년 72억5000만달러(9조5500억원) 수준이었던 한국 방산 수출액이 지난해 173억달러(약 22조8000억원)로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사상 최대 기록이다.

올해 초 상장한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24일까지 12.4%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7%)을 뛰어넘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한국항공우주, 현대위아, LIG넥스원 등 대표 국내 방산 기업들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K방산’ ETF다.

보유 비율이 가장 많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들어 25% 급등했다. K9 자주포 폴란드 수출 등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낸 덕분이다. 올 4월에는 한화 방산 부문을 흡수 합병하면서 방산계 ‘공룡’으로도 거듭나게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독일이 지난해 국방 예산을 50% 증액하는 등 각국의 군비 경쟁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방산을 원전, 바이오와 함께 유망 수출 품목으로 지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요국 방위비 증강에 힘입어 올해도 방산 최고 수주액 경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국방부는 올해 1200억원 규모의 ‘방산기술 혁신펀드’도 만들 계획이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신(新)냉전 체제로 들어가면서 나토 회원국들도 GDP의 최고 3%까지 방위비를 늘리겠다고 계획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국내 방산 기업들은 유럽을 비롯해 동남아, 오세아니아 등에서 추가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