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 매수가 실패로 끝났다. 6일 하이브는 공시를 통해 “공개 매수를 통해 SM 주식 총 23만3817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까지 진행된 주당 12만원 공개 매수를 통해 SM 지분 25%를 사들이려고 했는데 1%에도 못 미치는 0.98% 지분을 늘리는 데 그쳤다. 이로써 하이브가 가진 SM 지분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인수한 14.8%에서 15.78%로 늘어났다. 이수만 전 총괄이 보유 중인 지분(3.65%)을 합쳐도 19.43%에 그친다.
인수 경쟁자인 카카오도 지분 확보 전략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다. 이날 SM엔터테인먼트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에 따라 카카오와의 신주(新株)·전환사채 발행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법원이 지난 3일 “카카오가 SM의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지분 9%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하이브 진영에 선 이수만 전 총괄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SM과 카카오의 투자 계약은 일단 중단됐다.
공개 매수는 실패로 끝났지만, 여전히 하이브가 유리한 상태다. 하이브는 이날 SM에 서한을 보내 “9일까지 카카오 지명 이사 후보에 대한 이사회 추천 철회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주식 계약 철회는 물론이고 카카오 측의 경영 개입 시도도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뜻이다.
하이브는 공개 매수 실패, 카카오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으로 양측 모두 결정적 승기를 잡기 못해 ‘SM 사태’의 결말은 안갯속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법원이 이 전 총괄의 가처분을 받아들이면서 ‘하이브 측 판정승’으로 흐르는 듯하지만, 카카오가 향후 높은 가격에 공개 매수를 진행해 지분을 키운다면 역전승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끝까지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하이브, 카카오 경쟁 이어질 듯
하이브나 카카오 어느 쪽도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안정적 지분을 거머쥐지 못한 만큼, ‘본게임’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표 대결로 판가름 날 가능성이 커졌다. 1% 미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누가 주총에서 더 많은 개미를 설득해서 끌어들이느냐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이번 달 주총 싸움에서도 양측이 서로 엇비슷한 표를 얻는다면, 양측이 추천한 이사들이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각종 SM 경영 현안에 대해 이사들이 편을 가르고 견제하면서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이날 SM 주가는 종일 등락을 거듭했다. 하이브 쪽이 승기를 잡아 싸움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분위기 속에 오전 중에는 전 거래일 대비 3.48%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카카오가 이대로 물러설 리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4.41% 오른 역대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거래량은 239만여 주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 3일 거래량(107만여 주)보다 배 이상 많았다. 결국 0.7% 오른 13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주총 때까지 계속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소액주주가 SM 운명 가를 듯
‘K팝 원조 기획사’인 SM을 놓고 뜨거운 지분 확보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가 음원이나 TV 프로그램, 영화, 라디오, 뮤지컬 등 콘텐츠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른바 ‘한류 수지’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음향·영상 및 관련 서비스 수지는 12억35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06년 이후 최대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달러당 1291.9원)로 환산하면 약 1조5956억원 정도다.
하이브와 카카오 양측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주주 제안 캠페인 페이지 ‘SM 위드 하이브(SM with HYBE)’를 열고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나섰다. 이수만 전 총괄도 지난 3일 공개 편지를 통해 ‘포스트 이수만은 하이브’라며 하이브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SM은 소액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하이브에 인수되면 SM의 DNA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호소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