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7일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최대 35% 사들이겠다고 공개 매수를 선언했다. 주당 15만원에 800만주 넘게 매수하겠다고 한 만큼 1조2500억원 이상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7일부터 26일까지 SM엔터 주식을 주당 15만 원에 총 833만3천641주 공개 매수한다. 이는 SM엔터 주식의 35%에 해당하며,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 최대 주주에 오를 수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의 모습. 2023.3.7/ 연합뉴스

K팝 원조 기획사인 SM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는 하이브의 지분 25% 공개 매수 시도가 1%에도 못 미치는 최악의 실패로 결론이 난 뒤 하루 만에 곧바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양측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느냐”로 결판이 나게 됐다. 1조원대 자금이 동원되는 현금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카카오 1조2500억 베팅

이날 카카오는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오는 26일까지 SM 주식의 35%인 833만3641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주당 15만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하이브의 공개 매수(주당 12만원)보다 25% 높은 가격이다. 주식 매수 예상 자금은 1조2500억원을 넘는다. 절반인 6250억원은 카카오엔터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공개 매수에 성공한다면 카카오 측(우호 지분 포함) 지분은 41%로 급증한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까지 합친 하이브 측의 지분은 19%를 조금 넘는 상황이다.

이날 SM 주가는 카카오의 공개 매수 선언으로 15% 급등, 공개 매수가에 근접한 14만9700원까지 치솟았다. 더 오른다면 카카오의 공개 매수도 하이브의 경우처럼 실패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 SM과 협력 프로젝트 중시

전날까지만 해도 카카오가 SM 인수전에서 승리하는 건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 3일 법원이 “카카오가 SM의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지분 9%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카카오의 SM 지분 확보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이브 측의 지분율이 19%에 달하기 때문에 “카카오가 이런 격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공개 매수로 맞불을 놓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주당 3만원을 높여 공개 매수에 나서는 ‘초강수’를 둔 배경은 SM과 맺은 사업 협력 계획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SM과 카카오는 지난달 음원 유통과 합작법인 설립 등 다방면에 걸친 계약을 체결했는데, 하이브가 SM 경영권을 손에 넣으면 모든 계약이 사실상 백지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하이브 중심의 K팝 시장 독과점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 업계의 한 관계자는 “K팝 시장에서 하이브가 SM을 손에 넣으면 시장점유율이 50%를 훌쩍 넘을 것”이라며 “K팝 시장을 노리는 카카오는 이런 상황을 깨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2차 공개 매수로 반격하나

하이브 측은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에 맞서려면 지분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 공개 매수를 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이브는 지금까지 지분 확보를 위해 4500억여 원을 썼다. 업계에선 하이브의 ‘실탄(현금)’이 소진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하이브가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주관으로 최대 1조원의 추가 인수 자금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하이브 측은 “공식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자금 유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SM 경영권 향방은 카카오가 이번 공개 매수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지분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카카오 측이 목표대로 지분율 41%를 달성하면, 향후 SM 이사진 구성 등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지배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작년 말 기준 지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당시 최대 주주(지분율 18.46%)였던 이수만 전 총괄 측이 주도권을 행사한다 하더라도, 이후 카카오가 압도적 지분율을 바탕으로 임시 주총을 열어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카카오에 대한 조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날 공시에서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SM 주식 약 117만주(4.9%)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공개 매수 기간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금감원은 “공개 매수 과정에서 주가를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인위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