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2차 전지 관련주가 릴레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6일에는 에코프로비엠이 19%, 7일에는 포스코케미칼이 11% 상승한 데 이어 8일에는 에코프로가 14%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속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맥을 못 추는 사이, 오직 ‘배터리의 힘’으로 증시가 굴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배터리 밸류체인(체인처럼 이어진 각각의 분야) 기업들의 주가는 올 들어 평균 40% 넘게 치솟았다.

2차전지가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를 잡긴 했지만, 올 들어 보이는 급등세는 향후 수주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고 해도 단기 과열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2차전지가 삐끗한다면 증시 전체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코프로비엠 올 들어 120% 상승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지난 6일 19.17%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이 17조원대에서 21조원대로 뛰었다. 이 회사 주가는 연초 이후 120% 넘게 뛰었다. 에코프로비엠 지주회사인 에코프로의 올해 주가 상승 폭은 183%에 달한다.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삼성SDI 등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차전지 업체들은 올 들어 주가가 급등했다. 테슬라의 중국 판매 호조 소식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배터리 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동박 기업 등 2차전지 밸류체인 관련 기업들을 골라 투자하는 ‘TIGER 2차전지테마 상장지수펀드(ETF)’나 ‘KODEX 2차전지산업 ETF’는 2018년 9월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2차전지 관련주가 홀로 이끄는 증시

대신증권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7일까지 최근 5거래일간 코스피 종목별 지수 상승·하락 기여도를 분석해보니, 기여도 상위를 2차전지 업체들이 싹쓸이했다.

코스피 지수가 0.73포인트 오르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던 7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지수 변동에 미친 영향이 5.82포인트, 포스코케미칼 2.63포인트, LG화학 1.29포인트, 삼성SDI 1.08포인트, SK이노베이션 1.06포인트 등 상위 5개 종목이 모두 2차전지 기업들이었다.

이들의 지수 영향력을 모두 합치면 약 12포인트로, 삼성전자(-6.25포인트) 카카오(-1.22포인트) 등 지수를 끌어내린 다른 종목들의 영향을 모두 상쇄하고 홀로 지수를 힘겹게 떠받친 셈이다.

◇”추가 금리 인상 등 하락 위험 생겼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도 최근 K배터리 주가 급등세는 두드러진다. 한국 배터리 밸류체인 대표기업 14곳과 중국 대표기업 16곳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평균치가 지난달 말 기준 각각 26.6배와 17.8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수준이 중국보다 1.5배는 높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양극재 주요 원재료 가격이 지난달 두 자릿수대 하락폭을 보인 것도 심상치 않다. 장정훈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공급망에서 재고 부담을 우려한 리튬 구매 자제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고속 성장했던 중국 전기차 시장이 예전 같은 속도로 성장하긴 어려운 국면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K배터리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정책 효과다. IRA 덕분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진출 길이 막히면 K배터리는 더욱 승승장구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그런데 최근 허를 찔린 사례가 생겨났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35억달러짜리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포드가 공장 지분을 100% 갖고 CATL은 별도 지분 없이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협력사’ 형태로 공장 운영에 참여하는 식으로 IRA 우회로를 뚫은 것으로, 국내 업체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성장성 측면에서 우리나라 2차전지 업종이 장기적으로 최선호 업종임은 틀림없지만, 단기적으로 볼 때 평가가치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변동성에 따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