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확산되면서 개인 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몰리고 있다. 새해 초부터 보였던 코스피 상승 추세가 한 풀 꺾이며 ‘2500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옮겨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은 채권을 6조550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9512억원) 대비 약 7배에 달하는 수치다. 채권 종류별로 나눠보면 카드·증권사 등이 발행한 기타금융채 2조3031억, 국채 1조9493억원, 회사채 1조6270억원 순이다. 특히 기대 수익률이 단기 채권에 비해 높은 장기 국채를 많이 샀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채권 종목 중 국고채 20년물(4종목), 국고채 30년물(4종목), 국고채 10년물(2종목)이 총 10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1월엔 채권을 팔던 외국인들도 2월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채권을 2조824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월 3조5000억원 넘게 상장채권을 순매도하다가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채권 순회수 규모도 1월 6조5680억원에서 지난달 7780억원으로 88%나 급감했다.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끄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시장 금리가 다시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샀다가 나중에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값이 오를 때 팔아 차익을 얻겠다는 ‘저가 매수’ 전략이다. 지난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수익률은 전주 대비 각각 0.24%포인트, 0.25%포인트 오른 연 3.79%, 3.77%를 기록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치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채권 쏠림’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월 8.4% 올랐지만, 지난달엔 오히려 소폭(0.5%) 떨어졌다. 현재까지 한 달 넘게 2400대에 머물러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1월 상승장에 한때 고무됐던 투자자들이 박스권 흐름에 이내 실망하고 채권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