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관련 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 간 SM 경영권 확보전이 시장의 관심사로 부상해 엔터테인먼트 업종 전체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라는 두 ‘고래’가 싸우면서 ‘새우’(소액 주주)들이 등이 터지기는커녕 만세를 부르는 중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미디어·콘텐츠기업 23곳의 시가총액 합계는 26조124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3조2463억원)과 비교하면 2개월여 만에 2조8781억원(1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8.7%)를 초과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SM 시총, 삼성카드 넘었고 현대건설 넘본다

SM이 엔터주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SM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1조8258억원에서 8일에는 3조7739억원으로 두배 이상이 됐다. 같은 기간 주가가 107%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하이브와 카카오가 SM 주식에 대해 각각 12만원과 15만원의 파격적인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SM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SM의 자회사인 영상콘텐츠 업체 SM C&C도 이 기간 동안 시총이 60% 상승하며 4500억원대에 안착했다.

SM은 이제 시총 규모로는 코스피 시장의 웬만한 중대형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삼성카드(3조4758억원)나 GS(3조7491억원)는 이미 제쳤고, 현대건설(3조9810억원)이나 포스코인터내셔널(3조8967억원)도 곧 따라잡을 기세다. 엔터 업계 1위인 하이브(7조3278억원)와의 시총 격차도 줄어들었다.

SM과 함께 ‘K팝 4대 기획사’로 꼽히는 와이지엔터테인먼트(37.5%), JYP엔터테인먼트(18.0%) 등도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다. 와이지는 올해 신인 그룹 ‘베이비몬스터’ 데뷔에 대한 기대감, JYP는 작년 4분기 실적 개선 등 개별 호재가 있다. 그러나 올 들어 SM 경영권 인수 분쟁으로 뜨거워진 엔터업계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이 업체들도 혜택을 본 측면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그간 글로벌 기준으론 저평가돼 왔던 SM 주가가 이제 비로소 정상화되면서, 다른 엔터 종목에도 기대가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하이브의 주가는 최근 인수전이 과열되며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올초 대비 2% 상승하는 데 그쳤다.

◇IHQ, CJ ENM은 하락

다만 모든 엔터 관련주가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기획 업체 IHQ는 올 들어 주가가 37%나 급락했고,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CJ ENM도 15% 하락했다. IHQ는 최근 수년간 계속된 경영 부진에 더해, 최대 주주인 KH미디어가 계속해서 지분을 팔고 있는 것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H그룹은 현재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과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M 경영권 인수 전쟁이 하이브와 카카오 중 누구의 승리로 끝나든 초거대 K팝 기획사가 탄생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4대 기획사가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SM 인수에 성공하면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국내 유일의 엔터사가 탄생하고, 하이브가 성공하면 합산 음반 판매량이 4500만장을 초과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