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주요국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면서 ELS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ELS는 총 2조3928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67%나 급증했다.

ELS는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 주가 등 기초 자산이 일정한 기간에 미리 정한 조건 내에서 움직일 경우 이자를 주는 파생 상품이다. 예컨대 ‘6개월 뒤 코스피200 지수와 네이버 주가가 현재 수준의 85% 이상을 유지하면 연 10% 이자를 지급한다’는 식이다.

만기는 보통 3년인데, 만기가 되기 전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미리 정한 조건이 달성되면 이자와 원금을 받는 조기 상환 기회가 있다. 기초자산 숫자가 많아질수록 조건을 달성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익률은 높아진다. 테슬라 엔비디아 등 변동성 큰 해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현재 연 수익률 10% 후반대 상품이 포진해 있다.

ELS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 투자자들이 몰리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주요국의 고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고(高)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돼 주가도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의 대안으로 ELS를 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LS 조기 상환·발행 봇물

최근 ELS 발행이 증가한 것은 그간 조기 상환을 못 했던 기존 ELS들이 대거 조기 상환을 맞은 덕분에 재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내내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해 조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ELS 물량이 많았다. 일부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원금 손실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9~10월경부터 주가가 바닥을 탈출한 뒤 현재까지 큰 박스권을 맴돌면서 조기 상환 규모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2조2565억원이 조기 상환됐고,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1조4600억원이 조기 상환에 성공했다. 통상 조기 상환된 투자금은 신규 발행되는 ELS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ELS 신규 발행액도 덩달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1일부터 10일간 조기 상환된 ELS(주가연계증권)는 총 511개에 달한다. 이들 ELS의 평균 투자 기간은 7.8개월 정도로, 대부분 작년 가을쯤에 발행된 상품이다. 통상 ELS 투자 기간은 36개월로 설계되지만, 기초자산인 주가지수 또는 개별종목 주가가 발행 이후 큰 변동 없이 유지된 덕분에 무사히 ‘조기 상환’ 조건을 달성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가입 당시 은행 정기예금 금리의 2배 가까운 연 8~9%대 수익률을 약속대로 지급받았다.

◇변동성 커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도

각 증권사는 신규 ELS를 대량 발행하며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들어 총 23종의 ELS 신상품 청약을 시작했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경우 자산 가격이 50%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더라도 만기 평가일인 36개월 뒤에 기준가격 대비 70% 이상이면 연 5.9%를 준다.

늘어난 파생상품 투자 수요를 붙잡기 위한 차별화된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주가지수가 폭락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ELS와 달리, ELS 사촌 격이지만 원금보장형이라는 점에서 다른 ELB(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도 인기다. 한국투자증권은 테슬라 주가가 50% 이상 오르지 않고 주가가 0~50%에서 움직이면 가격 상승률만큼 이자를 주는 ELB를 출시했다. 1년 뒤 테슬라 주가가 30% 올랐으면 연 이자율 30%를 주고, 49.9% 올랐다면 연 이자율 49.9%를 주는 것이다. 주가가 더 오르면 원금만 주고, 하락해도 역시 원금은 보장된다. 한투 관계자는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적을 것이라는 데에 베팅하는 상품”이라면서 “다만 이번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금융시장 변동 가능성은 상존하는 만큼,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