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서학개미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전 16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가가 폭락하자 저가 매수를 한 것인데, “설마 파산이야 하겠느냐”고 생각했겠지만, 지난 10일(현지 시각)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낭패를 본 것이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9~10일(현지 시각) 이틀간 국내 투자자들이 SVB의 모회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의 주식을 약 1204만달러(약 158억원) 순매수했다. 당시 SVB 주가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서 8일 268달러에서 9일 106달러로 60% 넘게 폭락했다.
SVB는 원래 서학개미들에게 익숙한 종목이 아니었고, 거래량도 미미했다. 대규모 매수 하루 전인 8일만 해도 순매수 금액은 300만원 정도에 불과했고, 보유 금액도 5억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회사가 흔들린다는 소식에 서둘러 저가매수를 하려다 ‘거래 정지’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SVB 주식 거래가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은 낮고, 상장이 폐지될 가능성은 높다”며 “자산 매각 등으로 주주들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한다고 하더라도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