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7일 “공매도 규제를 완전히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공매도는 그간 일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는데, 이런 부정적 편견을 걷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반대론자들에게 ‘공매도도 적절한 투자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을 설명하려 노력 중”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손 이사장은 다만 “이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어서 정부가 대중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다시 갚는 매매 기법이다. 통상의 투자와는 달리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반면 공매도는 실제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종목에 집중되기 때문에, 주가가 제 가격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는 코로나 확산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난 2020년 3월 이후 대부분 금지됐다가, 2021년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에 한해 일부 허용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공매도 규제 완화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discount·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매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환경이 외국인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듣는 것이 지겹다”라며 “오랫동안 미뤄둔 숙제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공매도 허용이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블룸버그는 공매도의 완전한 재개 여부는 정부에 결정 권한이 있지만 손 이사장은 한국 유일의 증권 거래소 수장이라는 점에서 발언에 무게가 실린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공매도 환경이 개인보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에, 이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공매도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현재 개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사로부터 최대 90일 동안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빌릴 때 담보 비율도 140%로 높다. 반면, 외국인·기관은 대차 기한이 없고 담보비율도 105%로 낮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상환 기한을 개인과 외국인, 기관 모두 120일로 설정하고, 담보 비율도 130% 정도로 통일하는 등의 ‘차별 해소’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다음에야 공매도 전면 재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