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스위스 크레디스위스(CS) 매각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면서 금·국채·엔화 같은 전통적인 안전 자산 몸값이 뛰고 있다.

20일 싱가포르 금 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이 장중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서 지난해 3월 10일 이후 1년 만에 2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근월물) 가격 역시 장중 2000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은행 관련 악재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이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대표적 안전 자산인 일본 엔화 가치도 뜀박질하고 있다. 21일 1달러당 엔화 가치는 131엔대로 이달 7일(137.4엔) 대비 약 4%, 지난해 10월 고점(150.2엔)에 비해서는 약 14% 강세로 전환됐다. 원·엔 재정 환율도 100엔당 995원대로 어느새 1000원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 달 우에다 가즈오 신임 일본은행(BOJ) 총재 부임으로 통화 정책 경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도 변수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다음 달 28일 일본은행 회의 이후 엔화 강세 압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VB 파산과 연쇄적 지역 중소은행 불안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만큼,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 수익률도 급격히 꺾이는 모습이다. 통화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지난 8일 5.07%에서 20일 3.87%로 1.2%포인트(23.7%) 꺾였다. 그만큼 채권 가격이 강세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 역시 같은 기간 3.99%에서 3.42%로 꺾이며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연준 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증시보다 장기 국채에 대한 투자 비율을 늘려나갈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