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장품·여행주 등 이른바 ‘중국 경기 관련주’에 몰렸던 개미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채택하리라 기대하고 ‘양회 수혜주’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이번 양회에서 목표 경제성장률을 29년 만에 최저치로 잡는 등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과도한 기대를 걸면 위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조언한다.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중국 양회가 개막한 지난 4일부터 17일(양회 폐막은 13일)까지 2주 동안 13.3% 하락했다. 지난 16일 종가인 16만6200원은 올 들어 최저치였다. 다른 화장품업체 LG생활건강의 주가도 이 기간 약 16% 하락했다. 두 회사는 전체 해외 매출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50~70%에 달해, 대표적인 ‘중국 경기 민감주’로 꼽힌다.

중국 여행객 증감에 매출이 직결되는 하나투어(-4.4%)·모두투어(-7.7%) 등 여행 주나, 호텔신라(-6.4%) 등 면세점 주도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1.5%)을 고려하면 중국 관련주가 전체적으로 부진한 것이다.

◇ WSJ “중국, 더 이상 세계경제 구원자 아냐”

이는 이번 양회에서 중국이 보여준 경기 부양 의지가 체감상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5.0%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성장률 목표치 발표가 시작된 1994년 이후 최저치다. 작년 목표치(5.5%)와 올해 시장 예상치(5.3%)를 모두 밑돌았다.

또 GDP 대비 재정 적자 목표 비율은 3%로 잡았는데, 이는 작년(2.8%)보단 높지만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적극적 부양책을 펴던 2020년(3.6%)·2021년(3.2%)보다는 낮다. 그만큼 정부 돈을 시장에 덜 풀겠다는 뜻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중국의 재정 수지가 악화됐고 인플레 가능성도 있어 무리한 부양은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선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국가 부채 증가 등 불리한 환경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중국이 정부 주도 경제성장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점을 지적하며 “더이상 중국이 세계경제를 구하리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이번 경제 반등이 세계 다른 지역으로 파급되는 효과는 예전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선 희망론도…”韓 철강·화학주 수혜 가능성”

비관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내 산업 분야 중 호전세가 두드러지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면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 15일 발표한 1~2월 경제지표 가운데, 산업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고정 자산 투자가 전달보다 5.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4.4%)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전종규 연구원은 “중국 인프라 투자가 늘면, 건설 자재에 대한 수요 때문에 국내 철강이나 화학 종목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양회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국 투자 전반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양회에서 목표 성장률을 비교적 낮게 설정한 건 경기 부양 의지가 부족하다기보다는, 작년에 목표치(5.5%)와 실제 성장률(3.0%)이 크게 차이 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라며 “통상 리오프닝 이후 경기 회복까지 1분기(3개월) 이상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경제의 반등은 순조롭게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