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청주 오창 본사 전경 /에코프로 제공

‘목표주가 16만원, 현재주가는 49만원.’

국내에서 리서치센터를 운영하는 증권사 45곳 중 현재 2차전지 기업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내놓은 곳은 삼성증권 한 곳뿐. 지난 2월 3일 삼성이 이 회사 목표주가로 제시한 가격은 16만원이다. 23일 주가는 장중 목표가 대비 3배가 넘는 49만5500원까지 올랐다.

에코프로의 양극재 제조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이날 21개 증권사가 내놓은 평균 목표가(16만8800원)를 55% 추월한 26만원을 찍었다. 한 증권사 2차전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불이 활활 붙은 상태여서 목표가를 제시하는 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금 주가 수준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개미들, 공매도 세력 눌렀다

반도체가 주춤하는 사이, 2차 전지주가 최근 국내 증시 주도 세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중에서도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가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한국의 ‘밈 주식’으로 등극했다.

23일 지주사 에코프로와 양극재 제조 부문을 물적 분할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07% 오른 23만50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환경 사업을 인적 분할한 에코프로에이치엔 주가도 이날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3.61% 오른 8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주사 에코프로의 경우 장중 전 거래일 대비 9% 이상 올랐다가 0.44% 상승한 45만5000원에 마감, 역시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들 3사 주식의 올해 평균 상승률은 200%에 달한다. 모두 개인 투자자들이 열광적으로 사들여 만든 기록이다.

밈(meme) 주식이란 온라인에서 소문을 타고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을 말한다.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 모방하듯 따라 사는 이들 때문에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주가가 한창 폭등하던 2021년 초 뉴욕 증시에 상장된 게임스톱을 둘러싸고 개인 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밈 주식 열풍이 시작됐다.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전을 벌여 게임스톱 주가는 한때 2000% 가까이 올랐다.

에코프로 3형제 역시 현재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空賣渡) 세력과의 대결에서 이긴 모양새다. 에코프로 거래 대금 가운데 공매도 비율은 작년 12월 한때 23%에 달했지만 현재(23일 기준)는 4%대까지 뚝 떨어졌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비율 역시 같은 기간 10%에 육박했던 것이 현재 2%대로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종목들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고 보고 곧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베팅한 이들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위태위태한 질주, 언제까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올해 에코프로 주식 72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매도가 훨씬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개인이 주된 순매수 주체였다. 최근 검찰과 금융 당국이 에코프로 전·현직 임원들의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 수사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매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이들 종목 덕분에 단기간에 수억원을 벌었다는 인증글이 온라인에 넘쳐나면서, ‘에코 벼락부자’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주가 평가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을 ‘Price Eco Ratio’로, PBR(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를 ‘Price Battery Ratio’로 바꿔 부르는 이들도 있다. 실적 전망을 주가 수준에 견줄 것 없이, 무조건 ‘에코’ 계열사면 오르는 현상을 빗댄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양극재 기술력 측면에서 에코프로비엠이 선두주자라는 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덕분에 중국 업체 대신 주문이 몰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력인 중국 CATL이 기술력 측면에서 무섭게 추격하고 있어, 산업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과도한 주가 급등세가 순식간에 꺾일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