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 ‘큰손’들의 명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정된 VIP에게 초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럭셔리 시장 특성상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모양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이자 상장 기업인 에르메스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 6일까지 약 30% 상승했다. 프랑스 증시의 대표 지수인 CAC40지수는 올해 13% 올랐는데, 에르메스의 상승률이 시장의 두 배 이상인 것이다. 에르메스 주가는 지난 5일엔 사상 최고치인 1909.2유로를 기록했다.

◇에르메스, 프랑스 주가의 2배 이상 올라

역시 프랑스 상장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도 올해 주가가 22% 올랐다. 루이비통, 디올, 지방시 등 브랜드를 다수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이다. 이 영향으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지난달 초 라이벌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꺾고 세계 1위 부자(자산 약 290조원) 타이틀을 재탈환하기도 했다. 까르띠에 등 명품 시계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기업 리치몬트(17%), 이탈리아 수퍼카 브랜드 페라리(27%) 등 다른 럭셔리주 주가도 시장 대표 지수 상승률을 앞서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 방역 완화 등 리오프닝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 갑부층의 명품 소비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의 영향이 큰 것이다. 작년 중국 내 ‘자산 5000만달러(약 660억원) 이상’ 최상위 부유층 숫자는 3만2000명에 달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 초 보고서에서 “2023년은 중국 경제 재개에 따른 유럽 명품주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뜨는 럭셔리주’에 탑승했다. 최근 삼성증권이 자사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28일까지) LVMH 등 유럽 주요 명품 기업 주식 매수 금액은 65억1200만원으로 작년 1월(85억900만원) 이후 14개월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1~3월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LVMH(77억원), 에르메스(73억원), 입생로랑 등을 보유한 케어링(9억원) 순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명품주가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카스퍼 엘름그린 주식 책임자는 “럭셔리 기업들 주가에 추가로 반영되지 않은 호재가 거의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앞으로) 실망할 위험이 더 높다”고 했다.

◇국내는 중소형 화장품주가 ‘리오프닝 특수’

국내의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는 뭘까. 전통적인 리오프닝 주로 일컬어졌던 호텔·여행주와 대형 화장품주들은 최근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현재(10일 종가 기준) 까지 호텔신라(-1.4%), 하나투어(-2.6%), 아모레퍼시픽(-2.6%) 등 종목의 주가가 연초보다 떨어졌다. 지난 1~2월에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다가, 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치가 역대 최저인 ‘5.0% 안팎’으로 제시되는 등 경제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대신 중소형 화장품주 주가가 의외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총 5000억원 미만인 화장품 전문 제조사 클리오와 아이패밀리에스씨의 주가는 올해 각각 36%, 35% 올랐다. 코스피 상승률(12%)의 3배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화장품 브랜드를 주로 파는 면세점보다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를 파는 올리브영 등 국내 H&B(Health & Beauty) 스토어의 외국인 매출이 최근 더 증가한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국면에서 중국 ‘다이궁’(보따리상)들의 거래처가 한국 면세점으로부터 자국 내로 이동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대폭 줄어든 반면, 한국 내 H&B스토어의 중국 관광객 상대 매출은 최근 리오프닝 영향으로 증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