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증시 침체로 주가연계증권(ELS)를 비롯한 파생결합증권 상환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3년 만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2021년보다 17조5000억원 늘어난 10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2019년(108조2000억원) 이후 3년 만에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늘어난 것은 해당 증권이 지난해 조기 상환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LS는 주가지수, 특정 종목 주가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 상품이다. 기초 자산 가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일정 가격을 웃돌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큰 조정을 받으면서 조기 상환 조건을 갖추지 못한 파생결합증권이 많았다.

지난해 ELS 발행액은 57조7000억원으로, 해외 주요 지수 약세에 따라 투자 수요가 위축되며 2021년(72조2000억원)보다 20.1%나 감소했다. 상환액은 40조2000억원으로 전년(74조1000억원)보다 45.7%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ELS 잔액은 70조7000억원으로 2021년 말(57조5000억원)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파생결합증권(DLS) 역시 발행액이 16조5000억원으로 2021년(17조원)보다 2.9% 줄었다. 상환액은 11조8000억원으로 2021년(16조7000억원)보다 29.3% 감소했다. ELS 투자수익률은 연 3%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줄었고, DLS 수익률은 연 1.1%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및 운용 손익은 -116억원을 기록했다. 8589억원의 이익을 낸 2021년과 비교해 8705억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연중 글로벌 주요 지수 하락,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파생상품·채권 등 헤지 자산에서 운용 손실이 확대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글로벌 증시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ELS 발행이 늘어나는 등 파생결합증권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원화·외화 발행액은 6조7500억원으로 작년 4분기의 4조4000억원보다 2조3500억원(53%) 늘었다. 특히 지난 2·3월에는 각각 2조3900억원, 2조7000억원 규모의 ELS가 발행되면서 빠르게 커졌다. ELS 월 발행액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ELS 발행이 증가한 원인은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조기 상환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1분기 ELS 조기 상환액은 8조700억원으로 작년 4분기(6조1400억원)보다 31% 증가했다. 3월 ELS 조기 상환 규모는 4조1300억원으로 2월(2조2600억원)보다 2배 정도 커졌다.

최근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에서 2~3%대로 하락한 점도 ELS 발행 시장의 호재로 꼽힌다. 연 6~10%의 ELS 수익률이 더 부각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상환이 늘면서 2분기에도 ELS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코스피200·S& P500·유로스톡스50 등 다양한 지수와 종목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를 판매 중이다. 연 수익률은 6~10%대다.

하지만 ELS 투자는 항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작년 3분기에만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6771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