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기 금융 상품인 MMF는 만기가 30일 이상 1년 이내인 양도성예금증서(CD)와 만기가 통상 1년 이내인 기업 어음(CP)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된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MMF 설정액은 188조1000억원으로 이달에만 10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151조5000억원)보다 36조6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MMF가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에선 올해 1분기(1~3월) MMF에 4635억4000만달러(약 620조원)가 순유입됐다.

미국에서 MMF로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는 지난달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로 촉발된 ‘은행 위기’가 꼽힌다. 미국 일부 중소 은행에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발생하자 은행에서 앞다퉈 돈을 빼서는 MMF를 ‘임시 보관소’ 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SVB 사태 이후 일주일간(지난달 8~15일) 시중은행에서 1745억달러(약 233조원)가 유출됐고, 같은 기간 MMF 설정액은 1209억3000만달러(약 162조원) 증가했다.

한국도 미국의 ‘은행권 불안’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예금 금리 하락으로 MMF의 매력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16개 MMF의 올해 수익률(25일 기준)은 1.14%다. 연수익으로 환산하면 3.4%를 넘는다. 연 1~2%대에 그치는 시중은행 ‘파킹 통장(수시 입출금 계좌)’ 금리보다 훨씬 높다.

한편 예금은 줄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맡겨진 돈(총수신)은 지난 1~2월 사이 1958조원에서 1934조원으로 24조원이나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