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렸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다.
1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대부분 자산을 인수하기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합의했다.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한 후 JP모건이 이를 인수하는 형식이다.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198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퍼스트리퍼블릭은 부유층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미국 자산 규모 14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불똥이 옮겨붙었다. 예금 보호 상한선인 25만달러 이상을 예치해둔 고객들이 앞다퉈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며 주가가 폭락했다. 그러자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등 대형 은행 11곳이 300억달러를 지원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1분기 고객 예금이 무려 1020억달러(약 136조원)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위기설이 재점화했다. 결국 주가가 3월 초(122달러) 대비 98% 폭락했다.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미 정부는 월요일 주식시장 개장 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 사이 급하게 매수자를 찾았다. 1분기 말 기준 2330억달러 자산을 보유한 퍼스트리퍼블릭이 문을 닫게 되면서 2008년 금융 위기 때 파산한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 역사상 둘째로 큰 은행 붕괴 사례가 됐다. 올 들어서는 SVB,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주요 은행 중 세 번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인수 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은행 시스템은 안정적이며, 이번 (은행 시스템) 위기의 한 부분이 끝나간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 위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 은행들의 대출 자산은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면 급격히 취약해질 부실로 가득 차 있다”며 “현 수준이 2008년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은행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