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SG발 주가 폭락 사태’는 지난 2007년 터진 유명 주가조작 사건인 ‘루보 사태’와 유사한 점이 많다. 조그만 자동차 부품 회사였던 루보가 2006년 10월 주가 1200원대에서 시작해 2007년 4월 5만원대까지 올랐다가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폭락하며 수많은 피해자가 생겼다.
당시 주가조작 세력은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단기간에 급격한 주가 상승을 피하고 몇 개월에 걸쳐 서서히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사건의 교훈으로 한국거래소는 단기 급등뿐만 아니라 주가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도 이상 급등 종목으로 지정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 주범들은 타깃으로 삼은 8개 종목 주가를 2~3년에 걸쳐 서서히 상승시키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빠져나갔다. 덕분에 8개 종목은 지난 3년간 주가가 최소 두 배에서 최대 12배 올랐는데도 한 번도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를 받지 않았다.
투자자를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은 것도 비슷하다. 루보 사태 때는 다단계 회사인 제이유그룹이 회원들을 상대로 투자 설명회를 열고 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사태에서도 주가 조작 세력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예인, 의사, 기업인 등 고소득층에 접근해 고수익을 약속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그에 따른 추가 수익을 공유해주는 방식이다. 주가조작 세력은 이렇게 해서 모집한 투자자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매매 가격을 미리 짜고 거래하는 통정매매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주식 현물 거래 대신 차액결제거래(CFD)라는 파생상품을 활용했다. CFD는 투자자가 40%가량의 증거금으로 2.5배만큼 주식을 주문한 뒤 나중에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레버리지 효과 덕에 원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주식을 실제 보유하지 않는 사실상 차명 계좌이기 때문에 투자자 신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SG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킨 세력은 과거 주가조작 사례를 참고하며 진화된 수법을 여러모로 궁리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장기간 적발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