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최근 시중은행들이 각종 경로 우대 혜택 및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노년층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고령 인구(만 65세 이상)는 작년 말 기준 901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다. 유엔(UN)은 고령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 사회’인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층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데다 그중에는 여윳돈을 굴리는 분도 많아서 ‘실버(silver)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계좌 이체 수수료 면제가 대표 혜택

은행들의 대표적 경로 우대 혜택은 금융 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수수료 면제가 적용되는 서비스 범위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다. 먼저 우리은행은 어버이날인 지난 8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의 계좌 이체 수수료 전액 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체 수수료 면제는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을 비롯해 창구, 텔레뱅킹에 모두 적용된다. 60세 이상 우리은행 고객이라면 돈을 주고받을 때 어떤 방식을 이용하든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10일부터 만 60세 이상 고객이 은행 창구에서 돈을 보낼 때 내야 하는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고령층은 스마트폰 앱 등의 디지털 뱅킹이나 ATM을 통한 계좌 이체에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창구 이용 빈도가 높다. 이에 신한은행은 창구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창구 송금 수수료는 금액에 따라 건당 600원에서 최고 3000원 정도다. 송금 수수료를 평균 1000원으로 잡고, 주 1회 돈을 보낸다고 할 때 연간 4만~5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고령층은 25만명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하나은행의 ATM을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고객의 출금·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는 하나은행 고객이 다른 은행의 자동화 기기를 이용할 때도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NH농협은행도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ATM 수수료 면제를 시행 중이고, 창구 수수료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만 65세 이상인 고객에게 영업 시간 외 ATM 현금 인출 수수료를 50% 감면해준다.

◇고령층 특화 점포 확대...이동형 ‘미니 점포’도

수수료 면제로 고령층 고객의 부담을 덜어준 은행들은 고령층 특화 점포 및 ATM을 배치하며 적극적인 ‘실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시니어 라운지’는 ‘미니 은행 점포’처럼 꾸민 대형 밴이 고객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움직이는 점포’다. 서울 구로·강서·노원·은평·중랑구의 노인 복지관을 매주 방문한다. 복지관 주차장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하며, 소액 현금 입출금과 통장 재발행, 연금 수령 등 고령층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금융 서비스를 처리해준다.

다른 은행들은 고령층이 은행 점포를 쉽게 이용하도록 내부를 손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1년 12월 신림동에 고령층 맞춤 점포를 냈다. 1년간 신림동 지점 거래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시니어 고객에게 최적화된 영업 공간으로 개조한 것이 특징이다. 업무 목적별로 ‘색상 유도선’이 그려져 있고, 번호표 발행기 화면을 키웠다. 우리은행은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 플러스 영업점’을 서울 성북구와 영등포에서 운영한다. 일반 영업점보다 휴식 및 대기 공간을 더 안락하고 넓게 조성했다. 하나은행은 광주지점에 시니어를 위한 전용 공간인 ‘라운지 1968_시니어 문화 아지트’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신중년 라이프를 위한 콘텐츠를 소개하고(하나금융학교), 다양한 모임 공간(프라이빗룸·시네마룸·커뮤니티룸)을 제공한다. 또한 은행들은 ATM을 고령층이 이해하기 쉽고,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개편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령층 특화 ATM의 안내 음성 속도를 이전보다 느리게 조정했고, ATM 문구를 큰 글씨와 쉬운 말로 바꾸는 식이다.

이 밖에 고령층에게 혜택을 더 주는 금융 상품도 출시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차상위 계층 이하인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금리를 연 3%포인트 얹어주는 ‘JB행복드림적금’과 만 60세 이상 고객에게 최고 금리를 적용해주고 0.35%포인트를 더 붙여주는 ‘JB시니어우대예금’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