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율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IR), ‘인베스트 K-파이낸스: 싱가포르 IR 2023′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환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캐피탈·하나생명 등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하나금융은 지난해 그룹 전체 순이익 중 20.1%인 7127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금액 면에서도, 비율 면에서도 5대 금융 그룹 중 가장 뛰어나다. 25개 지역에 촘촘히 깔려 있는 206개 글로벌 채널도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이익 비중을 지금보다 두 배로 늘리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

함영주(가운데) 하나금융 회장이 구글 직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함 회장은 디지털 금융 혜안을 기르기 위해 올 초 글로벌 혁신 선도 기업인 구글과 엔비디아를 찾았다. /하나금융 제공

◇은행·증권·캐피털, 3각 편대가 뜬다

하나금융의 해외 진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국내 금융기관 중 최초로 대만 타이베이에 지점을 신설했고, 6월에는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인 ‘라인뱅크’를 통해 영업 활동을 본격화했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지난해 7월 하나캐피탈이 여신전문금융회사(NBFI) 시장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미얀마 양곤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9월에는 하나증권이 BSC 지분 투자를 완료하며 베트남 은행업에 이어 증권업까지 진출했다.

기존의 투자도 착실히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이 2019년 1조444억원을 투자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베트남 국영산업은행 BIDV(베트남투자개발은행)는 지속적인 자산 성장에 힘입어 2022년 말 현재 총자산이 2118조동(약 114조원)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20.2% 증가한 규모다. 대출 잔액도 1483조동(약 80조원)으로 1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72% 증가한 18조동(약 1조 275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이런 효과에 힘입어 2022년 말 기준 BIDV 투자 관련 하나은행의 지분법 이익은 1607억원으로 연초 계획을 크게 뛰어넘었다.

2014년 하나·외환 통합 법인으로 출범한 인도네시아 법인도 2021년에는 코로나로 영업에 지장을 입었지만, 2022년에는 다시 회복하며 전년 대비 세 배가량 많은 5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21년 6월 글로벌 빅테크인 라인(LINE)과의 협업을 통해 공식 출범한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뱅크 서비스 라인뱅크도 인도네시아에서 고객 기반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편리한 비대면 실명 확인 및 계좌 개설 프로세스, 심플하면서도 차별화된 UI/UX, 송금 수수료 면제 등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2022년 말 기준 누적 신규 고객이 51만명을 넘어섰다.

◇리스크 관리, 인재 육성도 강화

하나금융은 올해 글로벌 리딩그룹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차별화된 접근법을 쓰기로 했다. 동남아시아 등 고성장 시장에서는 비은행 부분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및 지분 투자를 확대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미주·유로존 등 선진 시장에서는 투자금융(IB) 및 기업금융 강화와 전략적 파트너와의 제휴 등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먼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고성장 아시아 시장에서는 증권, 소비자 금융, 자산 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싱가포르에 신설한 자산운용사 HAMA(Hana Asset Management Asia)가 전초 기지 역할을 맡는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HAMA를 통해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등에서 다양한 대체 자산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그룹의 동남아 자산 운용 허브로 육성하고, 싱가포르 지역 우량 자산 운용사와의 협업을 통해 PE·VC 펀드 설정 등 자산 운용 능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베트남에서는 2022년 9월 하나증권이 지분 35%를 인수한 BSC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 BIDV의 증권 자회사인 BSC의 2대 주주 및 전략적 파트너 지위를 확보한 만큼 앞으로 경영 참여를 통해 디지털 전환 및 신사업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BSC의 디지털 플랫폼을 리뉴얼해 모바일 기반 디지털 중심 증권 회사로 탈바꿈하고 자산 관리를 강화하면 2030년까지 베트남 톱3 증권사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하나금융은 자산운용업과 증권업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큰 폭의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소비자 금융업에 추가 진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른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적 소수 지분 투자’ 방식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통상 한국 금융사들은 해외에 진출할 때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방식을 활용하는데,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적지 않은 리스크가 따른다. 그래서 초기 전략적 투자자로서 투자 대상 금융기관의 경영에 참여하면서 사업성과 확장 가능성을 검증한 다음, 가능성이 확인되면 추가 투자 또는 인수합병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초기 투자 비용과 인력 낭비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23년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그에 따른 세계적 경기 침체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글로벌 사업 추진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에도 더 공을 쏟는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인재 선발·육성 프로그램인 GT(Global Talent) 제도를 통해 즉시 해외 근무 투입이 가능한 글로벌 인재를 현재 140여 명 확보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이 숫자를 220여 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젊은 글로벌 인재의 조기 확보를 위해 행원급 직원에 대한 단기 주재원 제도를 도입하고, 계열사 단위로 운영돼온 글로벌 인재 발굴·육성·관리도 그룹 차원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