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대중화를 이끌며 ‘가치투자 전도사’ ‘동학개미의 멘토’로 불렸던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거액의 과태료와 함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금감원은 25일 제재심을 열고 존 리 전 대표에 대해 직무정지와 함께 25억원의 과태료를 결정했다. 그가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자사 광고를 노출하고,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면서 전문 인력을 배치하지 않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다. 직무정지는 금융회사 임원 제재 가운데 해임 권고 다음으로 높은 중징계다. 다음달 금융위원회에서 직무정지가 확정되면 앞으로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된다.
2014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한 존 리 전 대표는 강연과 인터뷰 등에서 “커피 사 먹을 돈을 아껴 매달 조금씩이라도 주식에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며 장기 투자 전도사를 자처해왔다. 그러다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탔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전봉준과 존 리 전 대표의 이름을 합성해 ‘존봉준’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러나 친구가 세운 부동산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P사에 아내 명의 차명계좌로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궁지에 몰렸다. 남들에게는 주식투자를 권유하면서 정작 자신은 부동산에 투자한 것은 이율배반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어 메리츠자산이 P사가 출시한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까지 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사퇴했다. 이후로도 그는 유튜브와 강연 등으로 주식 투자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해 조사를 벌인 금감원은 가장 큰 논란이 된 차명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징계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차명 투자는 금지돼 있지만, 비상장회사에 대해선 투자 신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가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자사 상품을 무단으로 광고한 사실 등을 중징계 사유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