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2554.69)보다 4.12포인트(0.16%) 오른 2558.81에 장을 마쳤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2023.05.26. chocrystal@newsis.com

주가 하락에 작년 위축됐던 주가연계증권(ELS)의 월간 조기 상환이 최근 4조원까지 늘었다. 1년 7개월 만에 가장 많다.

ELS는 주가 등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나는 파생 금융 상품인데, 통상 만기는 3년이지만 6개월마다 중간 평가를 해서 주가가 가입 때보다 5~30%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전에도 원금과 이자를 조기 상환받을 수 있다. 다만 주가가 45~55%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증시 훈풍으로 만기가 되기 전에 조기 상환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증시 꼭지에 가입했던 가입자들도 만기까지 기다리면 수익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증시 온기로 ELS 발행·상환 증가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의 조기 상환액은 3조9000억원이었다. 2021년 9월(4조원)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였다. ELS는 통상 6개월마다 평가해 발행일 주가의 70~95%(하락 한도)를 웃돌면 조기 상환된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2200선에서 14% 올라 2500선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여서 조기 상환 조건이 만족된 것이다. ELS 발행액도 지난달 3조7000억원으로 작년 4월(4조10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대였다.

미국발 금리 급등과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등으로 국내외 시장에 돈이 돌지 않자 ELS 발행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4개월 연속 1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주가도 오르면서 작년 11월 이전 발행됐던 ELS는 최근 잇달아 조기 상환하는 추세다. 발행액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최근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에서 연 2~3%대로 하락한 점도 ELS 발행 시장의 호재로 꼽힌다. ELS의 연 수익률은 6~10%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 등 다양한 지수와 종목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를 판매 중이다.

◇주가 반 토막 땐 손실 가능

2021년 상반기 증시 상승장일 때 ELS에 가입했다가 작년 하락장 때 조기 상환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은 ELS에 돈이 묶이는 ‘장기 투자’에 들어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도 주가나 지수가 반 토막 나지 않는 한 약정된 수익률을 주는 ELS 구조를 볼 때 수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ELS는 3년 만기 전에 한 번이라도 주가가 45~55% 이상 하락한 적이 있으면, 원금이 손실이 날 수 있는 조건이 발동된다. 이때 최악의 경우 원금을 전부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손실 조건이 발동돼도 만기에 주가가 가입 시 설정 기준 이상으로 회복되면 수익이 날 수 있다.

예컨대 작년 10월 말 홍콩H지수가 2021년 2월 고점(1만2228) 대비 60% 폭락해 4938까지 떨어지자 작년 3분기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 6771억원어치에 대해 원금 손실 조건이 발동됐다. 이들 대부분 만기가 내년에 몰려 있어 손실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홍콩H지수는 현재는 6300선인데, 고점 가입자가 원금 손실을 피하려면 내년에 8560은 넘겨야 한다.

한편 코스피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고점 대비로 봤을 때 ELS의 원금 손실 조건이 발동되지는 않았다. 코스피는 2021년 7월 3305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후 급락해 작년 9월 고점 대비 35%쯤 떨어진 2150선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2500선을 웃돌고 있다. 사상 최고점 기준으로 아직 ELS 원금 손실 발동 기준(1650 내외)보다 훨씬 높다.

코스피 고점 부근에서 ELS에 가입한 투자자 중 일부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조기 상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아직 조기 상환을 받지 못했더라도 가입 후 2년이 되는 올해 2~3분기 조기 상환 기준을 만족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2년째 조기 상환 기준인 ‘기초 자산 가격의 80%’를 적용하면 코스피로는 2640쯤 되는데, 현재 2550선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번에 조기 상환을 받지 못해도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까지 조기 상환을 노려볼 수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기초 자산이 다양해 만기 전 손실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최악의 경우 주가나 지수가 일정 하한선을 밑돌 경우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점은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