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에 은행과 저축은행의 실적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은행은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역대급 이익을 올린 반면, 저축은행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적자로 돌아섰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은 7조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6000억원에 비해 1조4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반면 79개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5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014년 2분기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작년 1분기에 4563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5000억원 넘게 급감한 것이다.

◊저축은행은 수익보다 비용 급증

금리 인상이라는 환경은 같고 이름도 ‘은행’과 ‘저축은행’으로 비슷한데 왜 실적은 천당과 지옥으로 갈렸을까. 저축은행은 주로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에게 대출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늘어나고 손실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도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라는 당국의 권고로 대손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처리하는 금액) 적립액을 대폭 늘린 것이 주원인이다. 올 1분기 저축은행이 쌓아둔 충당금 잔액은 5조711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조1731억원(26%) 증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올 1분기에 충당금을 3500억원 더 쌓았고,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자초한 면도 있다. 작년 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사태 때 저축은행들은 수신고를 방어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렸다. 당시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연 5%까지 올리자 저축은행들은 6%대 특판으로 맞섰다. 결국 올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이자 비용은 1조3000억원으로 1년 전(5700억원)의 2배가 됐다. 이자 수익 증가분(5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급격히 늘린 부동산 PF 대출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저축은행 업계의 올 1분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잔액은 10조793억원으로 2017년 말(4조2000억원)의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은행은 우량고객에게 부담 전가

반면 사실상 독과점 체제인 은행들은 저축은행처럼 무리한 금리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는 데다 금리 상승 부담을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통상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빨리 오르기 때문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기에 이익도 늘어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14조7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12조6000억원)보다 2조원 넘게 늘었다.

다만 시중금리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4분기에 비하면 은행들의 이자 수익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다.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작년 4분기에 비해 7000억원 줄었고, 순이자마진(NIM)도 1.71%에서 1.68%로 떨어졌다. 이자이익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자 장사’와 ‘공공재’ 논란에도 은행들의 실적 고공 행진이 이어지면서 은행의 이익을 공공에 환원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