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내 증시 5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강모 B투자연구소 온라인 카페 운영자는 15일 본지와 통화에서 “주가 하락이 증권사들의 대출 연장 거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이들 종목에 확신을 갖고 투자해온 투자자들에게, 증권사들이 SG폭락 사태 이후 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어쩔 수 없는 이탈이 나왔고, 이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대출 중단된 다른 많은 종목들에서 하한가가 나오지 않았고, 투자자마다 만기가 제각각인데 왜 하필 14일 5종목에서 일제히 하한가가 발생했냐”며 “강씨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한편, 강씨는 지난 4월 SG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 받는 라덕연씨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당끼리 짜고 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대신 자신을 신뢰하는 투자자 500여명이 함께 투자했고, 그 중에서도 15명 정도가 핵심 투자자라고 했다. 이들이 각각 5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투자했다고 강씨는 전했다. 금융당국은 5종목 하한가 사태의 원인에 대해 긴급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5종목의 거래를 15일부터 정지했다.
다음은 강씨와 일문일답.
- 투자 경력은 얼마나 되나?
“25년 정도 된다.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유리 주식 담당자였다. IMF 때 증자·합병을 하면서 주식 업무와 기업 분석을 배웠다. 1999년 두산그룹 4개사 증자 실무를 맡기도 했다. 부채 상환이 목표라고 해서 미친 듯이 일했는데 납입된 돈이 사라지고 두산건설 실권주를 사들이는데 쓰이는 배임이 발생했다. 유가증서 허위기재 실무를 내가 담당해 버린 것이다. 사표 썼다. 그 후 현대 멀티캡, 오리온 자회사 온미디어 재무팀 등서 근무했다.”
- 투자 종목 발굴 기준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고 제일 마지막에 산 사람도 손해를 볼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경영권이 사실상 상실된 종목들이다. 제일 마지막에 주식을 사는 사람의 경우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경영권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 종목들이다. 기업이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공포감을 (대주주들에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이 되느냐가 종목 발굴 기준이었다.”
- 라덕연과는 아는 사이인가?
“그런 사람과는 출신 자체도, 살아온 방법도 다르다. 투자 카페에 지난 12년간 수만개의 글을 썼다. 어떤 종목의 매매를 강요하고 단타 치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경영권 변화를 통해서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한 방향을 보며 상승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다.”
- 통정매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통정매매를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내 종목들은 보름·일주일만 최고점이 유지되는 라덕연 종목들과 달리 최고점에서 6개월, 1년째 횡보하고 있다. 통정매매해서 먹으려 했으면 벌써 다 팔았다. 뭣하러 (신용 융자) 이자를 내면서 (버티고) 있겠나. 내가 통정매매로 벌었는지 계좌를 다 확인해봐라. 다 깡통이다.”
- 이번 급락에 손해를 얼마나 봤나?
“전 재산 다 날렸다.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 못 갚아 계좌) 깡통 나서 가족들 앞으로 추징될 금액만 100억원이 넘을 것 같다. 2006년 소액주주운동해서 가족 전 재산이 500억원을 넘기기도 했지만 2015년 폭락 때 다 날렸다. 당시 반대매매를 당했는데 금감원과 검찰이 시세조작으로 190억원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나를 구속 시켰다. (금감원 검찰이 제기한) 부당이득이 허위였다는 것을 내가 입증하면서 부당이득 무죄가 나왔다.”
- 이번 투자는 언제부터 한 건가?
“검찰이 가족 계좌를 추징 보전한다고 2017년부터 3년간 묶었다가 풀어 준 2020년부터다. 나는 이 주식을 추천만 한 것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해당 종목들에 집어넣었다. 300억원 정도 된다. 그 중 대출이 많았는데 상환을 못해서 깡통이 된 것이다. 내가 추천해 놓고 팔아 먹었으면 사기였겠지만 사기가 아니다. 지금 집도 없어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10만원 짜리 집에 살고 있다. 지하철 타고 다닌다.”
- 함께 한 투자자는 몇명인가?
“오랫동안 내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에 대한 신뢰가 커진 투자자들 500여명 된다. 그 중 15명 정도가 마지막까지 함께 했다. 먹튀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만 남았다. 각각 5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안다. 주주행동주의를 하려면 지분이 늘어가는 과정에서 주가는 필연적으로 오른다.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다.”
- 왜 폭락하게 됐나?
“라덕연 사태 때문에 증권사들이 10년간 대출해 주던 종목들에 대해 일시에 대출을 중단시키고 만기 연장을 안 해줬다. 경영권을 다 잡았는데 그렇게 됐다. 증권사들이 소액주주 운동을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내가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 나도 한계에 부딪혔고 실신해서 자빠져서 턱이 나갔다. 내가 팔아서 깨진 것이 아니다. 열심히 사던 사람들이 못 사게 되고 6월초부터 팔면서 깨진 것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나?
“오늘 오후 전신 마취 수술을 해야 해서 자정부터 금식 중이다. 아직 금융당국에서 연락이 안 왔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당연히 조사에 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