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황푸강 전경

올 들어 글로벌 증시가 강세장으로 거론될 정도로 반등했지만 중국만 나 홀로 부진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脫)중국’ 흐름이 가속화된 여파다. 상반기 중국 경기 회복세가 기대보다 약했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친다는 우려가 주가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 이에 중국 펀드도 수익률이 제일 뒤로 처졌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가별 해외주식형 펀드 중 중국펀드만 연초 이후 수익률(23일 기준)이 유일하게 마이너스(-7.3%)였다. 같은 기간 북미가 29.8%, 일본이 24.5%로 뜨거웠다. 중국과 함께 ‘브릭스’로 묶이는 브라질(20.4%)·인도(7.8%)도 높았다. 심지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8.2%)도 펀드 수익률이 중국보다 양호했다. 국내주식형 펀드도 평균 22.1% 올랐다.

◇다 오르고 중국만 하락

개별 펀드로는 ‘미래에셋TIGER차이나항셍테크레버리지증권ETF’가 연초 후 19% 넘게 떨어져 성적이 가장 안 좋았다. ETF(상장지수펀드)는 증시에 상장해 쉽게 거래할 수 있게 한 펀드를 말한다. ‘신한SOL차이나태양광CSI증권ETF’가 15% 넘게 하락해 둘째로 안 좋았다.

이 외 ‘메리츠차이나증권’(-15%), ‘삼성KODEX차이나H레버리지증권ETF’(-14%), ‘미래에셋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증권ETF’(-13.5%), ‘KB통중국그로스증권’(-13.4%), ‘키움KOSEF차이나A50커넥트레버리지MSCI증권ETF’(-12.5%) 등도 부진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식을 운용할 때 기준(벤치마크)으로 활용하는 ‘MSCI 신흥시장(EM) 아시아 지수’에는 중국이 포함돼 있는데, 올해 상승률은 현재까지 4%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MSCI EM 아시아 지수’는 같은 기간 상승률이 10.6%로 두 배가 넘었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중국 뺀 펀드 만들어달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BNP파리바자산운용 투자 전문가의 입을 빌려 “중국을 뺀 아시아·태평양 투자 펀드를 만들어달라는 해외 고객 제안 요청서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펀드 자금의 탈중국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고 해석했다. 또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월 13%였던 전 세계 헤지펀드 운용사의 중국 주식 비율이 지난 5월 말 9%로 4%포인트 줄었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것이 큰 이유다. 여기에 중국 자체의 부진이 겹쳤다. 중국이 작년 말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 성적표를 잇달아 내놓자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내놓은 해결책도 시장의 우려를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3.65%에서 0.1%포인트 내렸다. 이 금리는 일반은행들이 최고 우대 고객에게 주는 금리로, 인민은행이 집계·결정해 고시한다.

인민은행이 이처럼 작년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의 경기가 나쁘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일본 최대 자산운용사 노무라홀딩스는 “부정적 심리, 부동산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재정 절벽 등이 겹치며 경기 부양책이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5.7~6%였던 올해 중국 성장 전망을 최근 5.2~5.5%로 하향 조정했다.

◇4분기 적극적 부양 기대감도

하지만 중국 증시가 저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4분기가 투자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종규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하, 재정 지출 확대 등 중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4분기부터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4분기는 리오프닝 효과도 끝나고, 중국 경제가 자생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시점이므로 정부 부양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량 국유기업, 하이테크 성장주, 소비주 등이 투자할 만한 업종으로 꼽혔다.

미국 월가에서 ‘헤지펀드 제왕’으로 불리는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이 올해 5% 이상의 성장률로 당국의 전망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시타델은 중국에 대한 투자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