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카타리나 발트바워(23)씨는 지난해 말 처음 한국을 찾았다. 열혈 아미(ARMY·BTS 팬클럽)인 그는 주로 서울에 머물며 BTS 멤버 정국과 지민의 고향인 부산도 찾았다. 정국·지민이 그려진 대형 벽화와 그들이 다닌 학교 등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다음 달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또 끊었다”며 “‘BTS 성지순례’를 위해 이번에도 부산에 들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설치된 부산시 홍보 캐릭터 '부기'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제5호 홍보대사인 '핑크퐁 아기상어' 조형물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뉴스1

최근 부산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 부산에서 쓴 카드 결제액이 지난해보다 12배가량 증가하며 서울·제주 등 다른 주요 관광지에서의 카드 결제액을 압도했다. 부산으로의 하늘·바닷길이 올해 다시 열린 데다 K팝 행사 개최, 부산이 BTS 일부 멤버의 고향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관광지로서 매력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진영

◇외국인 카드 증가, 부산이 서울·제주 압도

27일 BC카드가 올해 1~5월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에서 쓴 신용카드 결제액을 분석한 결과, 부산에서의 결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2%(11.9배)나 증가했다. 올해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부산에서의 결제액 증가율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독보적이다. 주요 관광지인 서울과 제주도의 경우 올해 1~5월 외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결제액 증가율이 각각 706%, 283%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은 569%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돈을 쓴 부산 지역 관광지는 자갈치시장·국제시장·부산국제영화제 거리(1위), 감천문화마을(2위), 서면(3위), 부평깡통시장(4위),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5위) 등이다.

13일 데뷔 10주년을 맞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왼쪽부터 멤버 진, RM, 뷔, 지민, 슈가, 제이홉, 정국. /빅히트뮤직

◇BTS 효과에 수천명 탄 크루즈 입항

올해 부산이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 메카로 떠오른 주된 요인으로 해외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와 선박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 꼽힌다.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부산(김해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팬데믹 이후 2년 넘게 막혀 있다가 올해 다시 열리기 시작했고, 대형 크루즈 선박들은 2019년 이후 3년여 만에 부산항에 들어오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2022년) 부산항에는 크루즈 선박이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으나 올해 3~5월에는 46회나 입항했다. 크루즈 선박 1척에는 수천명이 탑승할 수 있어서 관광객 유입 효과가 매우 크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만여 명으로 지난해 1분기의 5.9배에 달한다. 올해 예정된 크루즈 입항 횟수는 101회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수준(108회)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그래픽=이진영

이 밖에 지난달 부산에서 국내 유명 아이돌이 대거 무대에 오른 ‘드림콘서트’가 열린 점, 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BTS 멤버 정국·지민의 고향인 부산을 방문하려는 외국인 팬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부산의 약진을 이끈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접근성 개선과 K팝 효과에 힘입어 부산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