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분기(1~3월)에 사상 최초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분기 영업이익 국내 1위를 달성한 현대차가 2분기(4~6월)에도 ‘왕좌’를 지킬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량용 부품 수급이 개선되면서 차량 판매량이 늘어난 여파다. 다만 올 3분기(7~9월)엔 삼성전자가 다시 영업익 1위를 탈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불황으로 2분기 연속 부진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반기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회복될지가 금융투자 업계의 관심사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전망치 평균)가 있는 상장사 261곳 가운데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조6089억원으로 1위였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올 1분기 영업이익(3조 5927억원)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우는 것이다. 작년 2분기(2조 9798억원)보다는 21% 증가한 수준이다. 2등 역시 자동차 업체인 기아(2조9801억원)로, 전년 대비 33% 늘어날 전망이다. 두 회사는 1분기에도 영업이익 1·2위를 기록했었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2분기 연속 영업익 ‘투톱’은 자동차 업체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자존심을 구길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0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8.5%나 감소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지난 4월 발표된 1분기 영업이익(6402억원)이 역대급으로 낮아 ‘어닝 쇼크(실적 저하 충격)’로 불렸는데, 2분기엔 이것이 다시 3분의 1 토막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2분기 매출액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국내 1위(62조884억원)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익은 46위에 머물 전망이다.

국내 대표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실적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은 해당 업종들의 경기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에선 지난 2021년부터 차량용 부품의 공급이 모자란 상황이 지속됐는데, 최근 부품 공급난이 완화되면서 차량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4월과 5월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각각 약 34만대, 3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8%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업계에선 2020~2021년 ‘코로나 특수’ 때 확 늘어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재고가 쌓인 여파로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며 수익성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3분기에 삼성전자가 1등 복귀할듯

다만 올 3분기엔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며 삼성전자가 다시 영업이익 1위 타이틀을 거머쥘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3조6902억원이다. 2분기 대비 무려 18배 가까이 뛰는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재고가 줄어들며 올 3~4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라며 “전체 매출과 영업익이 모두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익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3분기엔 각각 2조 8780억원, 2조 4001억원으로 다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장사 전체 실적은 어떨까. 2분기 컨센서스가 있는 261곳의 영업익 전망치 합계는 34조9699억원으로, 전년 동기(61조8254억원) 대비 43% 이상 줄어들 예정이다. 1분기에 이어 여전히 불황 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1분기(30조5072억원) 대비로는 약 15% 증가한 수준이고, 3분기(47조3538억원)는 2분기보다 35% 정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수익성 개선 추세를 고려했을 때, 현재 2600선 아래에서 고전하고 있는 코스피도 상승 저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도 최근 실적 흐름이 좋은 자동차나 방산 관련주 등을 많이 사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은 알려진 악재가 된 만큼 앞으로는 거시경제 지표보다는 개별 기업 실적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전망치가 상향되고 업종별 순환매(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에 매수세가 몰리는 현상)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