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부실 우려에 따른 예금 인출 사태의 여파가 다른 금융업권까지 확산하고 있다. 채권시장 큰손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중인 채권을 시장에 대량으로 내다 팔면서 채권 금리가 오르자(채권가격 하락) 대출 금리가 시장 금리에 연동된 은행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또 불안감에 새마을금고에서 급히 돈을 뺀 이들의 자금이 은행 등 다른 금융회사로 대거 이동하는 등 예·적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새마을금고 여파로 대출 금리 상승
지난달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6%를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된 예금 인출은 최근 빠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새마을금고에서 해지된 예·적금 중 2만여 건이 지난 14일 기준 재예치됐다. 하루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달했던 자금 유출세도 잠잠해지는 등 급한 불은 꺼진 상황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당장 처분이 가능한 채권 등 자산을 시장에 최대한 내다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금을 두둑이 쌓아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새마을금고가 바로 내다 팔 수 있는 국·공채 및 금융채는 대략 12조원이 넘는다. 새마을금고는 이 중 꽤 많은 물량을 시장에 매도해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가 속한 종금·상호 부문이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시장에 내다 판 채권 금액은 5조1658억원에 달한다. 지난달(1조656억원)의 5배에 가까운 규모다. 지난 4~5월 평균(약 7000억원)과 비교하면 7배가 넘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달 종금·상호 부문 채권 매도 물량 대부분이 새마을금고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금·상호 부문의 지난해 하반기 전체 채권 매도 물량이 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2주 사이 얼마나 많은 채권이 쏟아졌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이 쏟아지자 은행채 등 주요 채권들의 금리도 뚜렷한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은행채(AAA 등급 기준) 1년물과 5년물 금리는 각각 연 3.863%, 연 4.204%로 지난 4월말과 비교해 각각 0.247%포인트, 0.26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 17일 은행채 1년물 금리의 영향을 받는 신용대출 및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월말보다 0.25%포인트, 0.05%포인트(상단 기준) 올랐다. 은행채 5년물 금리의 영향을 받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0.05%포인트 상승했다.
◇대규모 ‘머니 무브’까지...“시장 모니터링 강화해야”
새마을금고 사태의 ‘나비 효과’는 은행권 대출 금리뿐 아니라 예·적금 시장에도 불고 있다. 새마을금고에서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대규모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비과세 혜택(연간 3000만원까지 세금 1.4% 적용)을 유지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 등)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상호금융권 수신 잔액은 604조3000억원으로 지난달 말(601조9000억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며 올 들어 4개월간 수신 잔액이 6조원가량 감소(120조2000억→114조4000억원)했던 저축은행도 지난 10일 기준으로는 수신이 115조원까지 늘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 2만건 넘게 재예치되고 있다지만 해지된 건수가 그보다 4~5배 이상 많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돈이 빠져나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보다 예·적금 금리가 통상 1~2%포인트가량 낮은 시중은행에도 최근 신규 예·적금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7일 기준 총 수신 잔액은 1928조4537억원으로 지난달 말(1913조3578억원)보다 15조원가량 증가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채권시장이나 예적금 시장이 요동치는 것을 보면 새마을금고 사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금융 당국이 시장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