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12일 “올해 주식 시장이 완전한 FOMO(포모) 영역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FOMO는 ‘Fears Of Missing Out’의 단어 앞 글자를 딴 약자로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의미한다.
포모로 인한 투자가 확산되면 상승 종목이 더 오르는 오버슈팅(overshooting) 현상이 심해진다. 또 포모 증후군으로도 심화될 수도 있다. 포모 증후군은 다수에 휩쓸리는 군중심리 현상으로 주식의 본질 가치에 근거하지 않은 비이성적 투자로 거품이 생기기 쉬운 것으로 지적된다.
◇급락 우려와 달리 오른 증시
포모 증후군은 코로나 직후인 2021년 미국·한국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급등장 때 참여하지 못해 이익을 못 본 투자자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당시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었다가 작년 하락장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올 들어서 미국 나스닥, 일본 증시, 한국 코스닥 등이 당초 예상과 달리 크게 오르자 포모 현상이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연초만 해도 글로벌 투자은행 사이에선 미국 증시에서 작년 하락장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 1·4월 미국 실업률은 1969년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1분기 미 국내총생산(GDP)은 2%(전기 대비 연율) 성장해 전망(1.4%)을 크게 웃돌았다. 연착륙(소프트랜딩)·경착륙(하드랜딩)도 아닌 무착륙(노랜딩) 전망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스닥 지수는 올 상반기에만 29.9%% 올라 주요국 증시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상반기에 27.2% 급등해 주요국 증시 중 셋째로 급등했다. 엔화 약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겼고, 기업 재무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기 때문이다. 닛케이신문은 올해 일본 기업의 설비 투자는 사상 최대(31조6000억엔·2213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했다. 최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일본 주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초조함에 증시로 뛰어드는 개인들
주저하다 시기를 놓친 개인 투자자들이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고 있는 현상이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중순 “몇 달에 걸쳐 미국 증시에 부정적이었던 개인들이 오름세가 지속되자 마침내 태도를 바꿔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들이 선호하는 테슬라 주식은 작년엔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올해 157% 급등했다. 4~5월만 해도 150달러대였는데 2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또 다른 개인 선호 주식인 애플도 연초 125달러에서 현재 193달러로 54% 올랐다. 지난달 말 시가총액 3조달러(약 3957조원)를 세계 최초로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들썩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첫주(3~7일) 개인은 3687억엔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했다. 일본 증시가 고공 행진을 본격화하기 직전인 3월 셋째 주 이후 첫 순매수다. 3월 중순 이후 해외 투자자가 일본 증시 상승을 이끌었는데 이제 개인 투자자가 가세한 것이다. ‘빚투(빚 내 투자)’인 신용매수 잔고도 쌓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3조6278억엔으로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 유튜브에는 닛케이지수가 1989년 12월 사상 최고치(3만8957)를 경신할 것인지에 관한 영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미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고점을 경신해 개인들 관심이 커진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예적금 일변도에서 벗어나 주식을 사야 한다는 내용이 많다.
상반기 한국 코스닥지수도 27.8% 오르며 나스닥 다음으로 뜨거웠다. 주가 상승을 견인한 주체는 개인이었다. 개인은 상반기 코스닥시장에서 7조9388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외국인(-2조2498억원)과 기관(-3조5671억원) 매물을 받아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 떼처럼 몰렸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JP모건은 “광범위하게 증시 주가 수준이 높아지면서 오는 하반기나 내년 초 미국 경제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 투자자들이 실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모 증후군
포모(FOMO) 증후군은 ‘Fear Of Missing Out’의 앞 글자를 딴 약어로 상승장에서 나 홀로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뜻한다. 포모 증후군이 만연하면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해 증시에 거품이 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