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펀드의 중간 손실 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투자 업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조성된 해외 부동산 펀드엔 78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가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산하 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전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 대출용 펀드 880억원의 80~100%를 손실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들은 최악 땐 전액 손실이란 중간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미래에셋 측은 “확정 손실은 아니고 향후 소송 등을 통해 투자금을 최대한 돌려받는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셋 산하 펀드, 최대 100% 손실

발단은 미래에셋증권이 2019년 6월 펀드를 조성해 중순위(메자닌)로 홍콩 빌딩에 당시 환율로 2800억원을 대출한 것이다. 2800억원 중 3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850억원은 한국투자·유진투자 등 증권사와 보험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했다. 나머지는 멀티에셋운용(880억원)과 우리은행을 통해 시몬느자산운용(765억원)이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했다.

그런데 코로나 및 홍콩 시위 등으로 빌딩 운영이 어려워지자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 등이 싼값에 빌딩을 팔면서 중순위 이하 투자자는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여기엔 최소 가입액 1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VVIP)들도 많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말 90% 안팎의 손실 규모를 통보했다. 우리은행은 “투자자들과 협의해 원금의 40~80%를 보전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기관 관계자는 “20억원을 투자해 18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필요하다면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소송까지 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지원

◇독일·미국·벨기에서도 손실 우려

손실 우려가 큰 곳은 이뿐 아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17일 ‘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투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을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지했다. 주요 임차인인 데카뱅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지스운용이 빌딩을 매입가보다 낮게 팔 경우 개인 공모 투자자(1754억원)와 하나증권(1350억원)·키움그룹(380억원) 등 기관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도 매입가보다 현재 가치가 내려가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본사가 입주한 빌딩(Two Independence Square)을 내년 3월 펀드 만기 전까지 팔지 못하면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이 펀드엔 1556억원의 공모 투자금이 묶여있다.

한국투자리얼에셋자산운용의 ‘벨기에코어오피스2호’는 벨기에 법무부 산하 기관이 입주한 TDO 빌딩에 909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 위험에 처했다. 2019년 2132억원에 매입했는데 4월 말 현재 3분의 1 토막(661억원) 난 상태다.

그래픽=이지원
그래픽=이지원

◇고(高)금리, 재택근무에 어려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국내 해외부동산펀드의 순자산은 77조7035억원으로 2019년 말(55조5435억원)보다 40% 늘었다. 특히 이번에 부실이 생긴 홍콩 빌딩처럼 해외 부동산 투자의 약 70%가 오피스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각국 금리도 따라서 올랐고, 대출 상환 부담이 커졌다. 또 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해 구조적 어려움에 몰렸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반기 증권사들이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위험 등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만기가 거의 다 연장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는 몇 건 안 된다”며 “대부분 기관 중심으로 조성된 사모 형태라 일반 투자자의 큰 부담은 없는 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