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이자이익이 역대 처음 1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낸 지난해 기록을 또 경신한 것이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면서 예금금리는 낮게 책정하며 여전히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뉴스1

27일 4대 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 총액은 지난해 상반기(15조3365억원)보다 8.6% 늘어난 16조6598억원에 달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덕에 이자이익이 19.8%나 증가(전년 대비)하며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상반기 이자이익(12조8005억원)과 비교하면 4조원가량 많다.

그래픽=백형선

은행별 이자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4조810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4조1190억원), 하나은행(3조9732억원), 우리은행(3조7573억원) 순이었다. 지난 2분기 4대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자산 대비 이자 이익 비율)은 지난 1분기와 같은 1.65%를 기록했다. 4대 은행은 한국은행이 지난해 이후 올 초까지 2.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올리면서(연 1.0%→3.5%) NIM이 급등했는데 올 들어 금리가 계속 동결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은행이 잇따라 높은 이자수익을 거두면서 손 쉽게 돈을 벌어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의 역대급 이자이익에 힘입어 4대 은행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대출을 떼일 것에 대비한 돈) 적립을 확대했는데도 상반기에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4대 은행의 지난 2분기 누적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7조3857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지난해 전체(1조735억원)에 맞먹는 9543억원을 쌓았다.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조85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6조3380억원)보다 8.1%(5120억원) 증가했다.

4대 은행을 계열사로 거느린 4대 금융지주도 올 상반기 9조18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8조8474억원)보다 3.8%(3350억원) 늘었다. 금융지주 전체 이익 중 60~90%가량은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지주 중에서는 KB금융(2조9967억원)이 올 상반기 3조원 가까운 이익을 내며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국내 최대 금융그룹에 등극했다.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지난해(2조6824억원)보다 이익이 2.1% 줄면서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어 하나금융은 상반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16.6% 증가한 2조209억원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은 지난해보다 12.7% 감소한 1조5386억원을 기록했다.